‘Kimbap’의 시대, K-푸드를 돌아보다

김철규

한국인들이 먹는 음식, 즉 K-푸드가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K-푸드의 열풍이 뜨겁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드라마와 대중음악으로 시작된 한류가 음식으로 확산된 결과다. 이제 한국인들이 먹는 음식, 즉 K-푸드가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K-푸드 열풍은 한국의 농업·농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를 어떻게 지속 가능성의 문제로 연결할 수 있을지를 살펴야 할 때다. 이것을 알기 위해 K-푸드는 어떤 특성을 지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더 나아가 K-푸드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하면 한국의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K-푸드와 한국 문화
  K-푸드는 2000년대 한류(K-Culture)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만들어진 개념이다. K-푸드라는 표현은 201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해외 홍보 사업에서 공식 용어로 사용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K-푸드는 다양하고 이질적인 식품들을 포함하는데,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김치, 불고기, 비빔밥, 잡채 등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적인 한식이다. 일찍부터 외국에 알려졌지만 한류 덕분에 재조명받은 음식들이다. 둘째는 한국의 경제 발전과 근대화 시기에 만들어진 다양한 대중음식으로, 떡볶이, 김밥, 튀김, 치킨 등을 꼽을 수 있다. 비교적 젊은 세대가 좋아하며,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빠르게 확산되어 이제는 다수의 외국인들이 소비 경험을 가지게 된 먹을거리이다. 셋째, 국내 식품기업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수출되는 다양한 가공식품이다. 대표적인 것들이 라면류, 과자류, 빙과류 등이다. 한류가 안정적인 글로벌 문화 현상이 되면서, 그 기회 구조를 활용한 한국 기업들에 의해 크게 매출이 성장한 식품들이다. 이처럼 K-푸드는 한국의 전통과 현대, 그리고 산업과 문화가 결합되어 있다.

세계의 K-푸드 소비와 K-생산자
  K-푸드 열풍은 한류의 인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한 먹을거리들은 SNS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공유되거나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 K-푸드는 다양한 이미지로 소비된다. 예컨대 나물이나 발효식품인 된장과 김치는 건강과 자연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세계인들을 매혹시킨다. 많은 외국인들은 비빔밥에 들어가는 다양한 나물이나 채소의 균형과 조화에 감탄한다. 다른 한편으로 상업화된 한국의 간식형 식품들은 외국의 젊은 세대에게 한국 문화의 역동성이나 재미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매운맛 음식이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불닭볶음면이나 떡볶이 등이 그 예이다. 청년들이 매운맛 챌린지를 유튜브에 올리며 즐거움을 나누고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다.
  K-푸드는 새로운 문화 매개 수단인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은 본래 ‘생산-유통-소비’라는 생애사를 가진다. 소비자들은 음식의 마지막 단계인 소비 단계에서 K-푸드를 접하고, 농민들은 음식의 첫 단계인 생산을 통해 K-푸드의 음식 사슬에 참여한다. 외국의 K-푸드 소비자와 한국의 생산자를 연결하는 연결선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대중문화 콘텐츠이다. 예컨대 드라마 <대장금> 덕분에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별에서 온 그대> 때문에 치맥(치킨과 맥주) 관광이 유행했다. K-드라마를 매개로 한 문화 접촉이 한국 음식이나 치킨의 유행을 낳으면, 한국식 양념에 필요한 고추나 마늘 생산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고추장과 연관되는 특정 지역(예: 순창)은 이러한 문화적 연관성을 기반으로 농촌 관광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K-푸드 열풍은 제한적이나마 한국 농촌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여지가 있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K-푸드 열풍이 더 뜨거워졌다. ⓒ넷플릭스

K-푸드의 세계화와 이질성
  K-푸드 열풍의 세계사적 맥락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세기 중반 이후 먹거리는 대량생산-대량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포드주의 식품 체계를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포드주의 식품 체계는 대중이 저렴하고 표준화된 음식을 소비하게 하는데, 이는 식품산업의 발달, 가공식품 소비의 증가, 패스트푸드의 확산으로 요약할 수 있다. 21세기 들어 포드주의 식품에 대한 비판과 성찰이 이뤄지면서, 건강이나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따라 다양한 비서구 에스닉 푸드(Ethnic Food), 채식, 슬로 푸드, 로컬 푸드 등의 소비가 증가해 왔다. 현대인들의 음식 문화는 한편으로 20세기 후반 형성된 포드주의적 대중 식단과 이에 대한 반성을 반영하는 탈포드주의적 식단이 교차-중첩되는 지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K-푸드 역시 이러한 세계사적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즉 K-푸드는 전통적인 한식을 포함하긴 하지만, 20세기에 만들어진 포드주의적 식품 역시 포괄하고 있다. 또한 21세기 상류층 중심의 탈포드주의적 미식 문화와 연관되기도 한다. 우리가 K-푸드의 세계화를 고려할 때, K-푸드 자체의 이질성, 다양성, 계층성 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K-푸드 내의 다양한 음식군은 각기 다른 사회·생태적 함의를 지닌다. 대중적 식품으로서의 K-푸드는 식품산업에 의해 주로 생산, 공급된다. 가공식품이 주를 이루고 달달함, 짭짤함, 매콤함, 기름짐 등의 맛을 중심으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아쉽게도 개인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으며, 생태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탈포드주의적 K-푸드는 전 세계 엘리트 층으로부터 각광 받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들을 예로 들 수 있다. 매우 높은 가격에 제공되는 고급 한식당들은 한국의 전통과 서구적 문화를 재결합시켜 새로운 메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음식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예를 들면 뉴욕시에는 11개의 미쉐린 한식당이 있는데, 이들은 한국 전통 음식에 건강과 환경 등의 가치를 덧입혀 한식의 가치를 널리 퍼뜨리고 있다.

세계 속 K-푸드, 한국적 식문화를 알리다
  K-푸드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한국산 농식품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품목인 김치, 김, 인삼뿐만 아니라 신선 과일류의 수출도 눈에 띈다. K-과일(K-Fruit)이라는 이름으로 딸기, 사과, 포도 등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2023년을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딸기 수출량은 약 4700t으로, 약 6967만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포도, 사과, 배 등도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다. 한류의 인기 속에 한국 과일이 프리미엄 과일 시장의 주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신선 과일류의 수출 호조는 분명 한국 농업과 농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아쉽게도 라면이나 떡볶이와 같은 분식형 K-푸드 수출은 한국 농업 부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밀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 농업의 현실에 대한 반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단순히 한국에서 제조한 라면을 수출할 것이 아니라 원재료, 즉 밀의 국산화를 위한 노력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불안정한 국제 무역망과 국내 농가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가공식품 수출 기업들은 일부 원료를 국내산으로 활용하거나 계약 재배를 통해 농가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고추나 마늘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쌀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개발과 수출은 국내 미작 농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K-푸드 수출은 장기적으로 한국적 식문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먹거리 생산지 및 생산자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정부나 지자체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외국인들의 농촌 관광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한국 청년들의 한국 농식품 가공업이나 로컬 푸드 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K-푸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각기 다른 성격의 먹을거리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K-푸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각기 다른 성격의 먹을거리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특별시

(農)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하려면
  앞에서 지적했듯 K-푸드는 성격이 다른 먹을거리들을 포함한다. 다양한 K-푸드를 지속 가능성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전통적인 한식의 경우는 원산지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국내 한식당의 경우 국내산 표기에서 더 나아가 각 식재료의 구체적인 지역을 표기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스토리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의 한식당, 특히 세계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경우에는 한국의 지역 음식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스토리화가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면, 2025년 북미 지역 레스토랑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뉴욕의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인 아토믹스(Atomix)는 한식의 전통 식재료와 요리법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한식 문화를 알리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해외 한식당이 지역 생산 원재료를 적극 활용하며 농가와의 상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떡볶이, 김밥 등의 분식 메뉴와 관련해서는 원료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떡볶이의 주재료인 쌀은 물론 고춧가루와 같은 양념 및 파, 양배추 등 채소를 국내산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떡볶이, (냉동)김밥 등 분식 메뉴의 대부분은 CJ, 풀무원, 영풍 등의 식품기업들에 의해 제조되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과 농민 생산자를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라면이나 과자류와 같은 가공식품의 경우는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역발상을 통해 국내 가공식품의 수입 원료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K-푸드 열풍이 한국 농업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무 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K-푸드 인기에 고무되어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식품뿐 아니라 스마트팜, 농기계, 비료 등을 포함하는 ‘K-푸드 플러스’ 정책을 펴고 있다. 2024년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130.3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K-푸드 수출액의 70~80%가 외국산 식재료를 사용한 가공식품이라는 점은 근본적인 한계이다. K-푸드의 이름을 단 수출식품이 국내 농업의 발전과는 직결되지 않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K-푸드 열풍에 경도되어 본말이 전도된 정책을 펼치지 않길 바란다. 건강한 K-푸드 발전을 위해선 한국 농업과 농민의 입장에서 정책 개발 및 시행 우선순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수출식품의 국산 원료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기반 브랜드 확장을 위한 노력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K-푸드, 상생의 미래를 꿈꾸며
  K-푸드 열풍이 한국 농업 및 농촌의 지속 가능성으로 이어지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K-푸드를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고 음식과 식재료를 지역의 역사·문화와 결합해 식문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농산물을 그 지역의 역사나 문화와 연계시켜 재구성하여, K-푸드의 경험이 문화적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외국인들이 음식을 소비할 때 그 음식의 지리적 맥락과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식문화적 접근이 K-푸드의 가치를 높이고, 먹거리 생산자인 농민과 생산지인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다음으로, 국내 기업들의 가공식품에서 국산 원료 사용을 적극 유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예컨대 ‘K-푸드 국산 원료 인증제’를 도입하면 기업들은 해당 가공식품의 가치와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K-푸드 열풍 속에 한국 식품과 유사한 포장이나 한글을 사용하는 중국 식품이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K-푸드의 공적 인증제도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산 가공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국내 농민들도 안정적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끝으로 K-푸드를 보다 고급화하고, 대안적 가치를 담아내도록 해서, K-푸드의 가치를 다변화해야 한다. 탈포드주의적 소비자들은 지역성이나 건강, 혹은 환경 등의 가치를 원한다. K-푸드가 로컬 푸드나 슬로 푸드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종의 프리미엄 K-푸드 전략이 필요하다. 한국 전통 음식들을 지역 및 가치와 결합시켜 국내외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겨냥하면 상당한 잠재력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K-푸드 열풍은 스스로 우리 음식을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세계인들이 K-푸드에 거는 기대에 걸맞은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이를 공급하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K-푸드가 금세 사그러지는 짧은 유행이 아니라, 인류의 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해피푸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선] 김철규필자 김철규: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지속 가능 사회, 음식 사회학, 대안 농식품 체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 《재난과 위기의 시대》(2022, 고려대출판부), 《음식과 사회》(2020, 세창출판사), 《사회학의 눈으로 본 먹거리》(2018, 따비), 《생태복원의 인문학적 상상력》(2017, 집문당)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