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4일, 겨울 끝자락의 눈발과 함께 대산장학생 2026 동계연수가 시작되었다. 10명의 장학생들은 ‘지역의 발견, 다채로운 농(農)’을 주제로 충남 홍성, 충북 옥천, 충남 공주의 현장을 찾았다. 지역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농촌 현장을 돌아보며 ‘다채로운 농(農)’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장학생들의 여정과 목소리를 담았다.
홍성_장곡·홍동면 마을공동체, 이히브루
홍성 장곡면의 오누이마을에서 금창영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났다. 금 이사장은 ‘농민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라는 강의를 통해 지금까지 실천해 온 자연농법에 대해 소개하고, 오늘날의 홍성이 있기까지는 내가 살아가는 삶터를 가꾸기 위한 농민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강의 후에는 젊은협업농장, 갓골책방, 갓골작은가게, 밝맑도서관 등 홍성 지역의 다양한 농촌형 협동조합과 주민자치조직을 둘러보며, 지속 가능한 농촌사회를 이루기 위한 협동과 나눔의 가치를 확인했다. 이튿날 오전에는 수제맥주 양조장인 이히브루를 찾아 이연진 풀풀농장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이히브루가 홍성의 하나의 ‘점’이 되어 지역 내 다른 점을 연결 짓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나누었다.

‘입체적인 농(農)’을 만난 시간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자연농은 자칫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환경을 지키고 자연 그대로를 인정하겠다는 확고한 철학으로 실제 현장을 바꿔나가는 모습이 놀라웠다. 장곡과 홍동 일대를 둘러보는 시간도 도시 생활만 해오던 내게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주민 간의 단합과 소통이 긴밀하게 이루어지는 현장을 마주하며,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농촌 공동체’의 실체를 확인했다. 앞으로는 농업기술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둘러싸고 있는 농촌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기후, 저널리즘 등으로 관심사를 확장해 나가 농업을 더욱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 서정우 (건국대 식량자원과학과)

옥천_옥천신문, 옥천FM공동체라디오
충북 옥천의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 사무소에서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를 만났다. 그는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뉴스는 연예인 가십, 정치인 욕이 아니라 내 주변과 지역, 이웃의 삶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하며, 때로는 공동체 구성원에 밀착해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공공에 명확한 선을 긋고 감시하는 옥천신문의 활동을 소개했다.
언론은 지역과 세상을 비추는 거울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언론을 믿지 못하고, 신문은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비슷했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 아닌 거울이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황민호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거울이 마주하는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비추는 것처럼, 적어도 옥천 내에서는 언론이 진실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김재희 (경북대 환경생명화학전공)

공주_ 충남연구원, 곡물집, 둘러앉은밥상
연수 마지막 날, 공주에서는 충남연구원을 찾아 박경철 연구위원으로부터 농어촌기본소득, 행정통합 등 현재 농정의 주요 정책과 의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토종 곡물을 디자인, 미식, 음료와 디저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곡물집을 방문해 농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는 다양한 방법을 배웠다. 마지막으로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의 <함께 먹고, 함께 잘 살자> 강의를 통해 건강한 농산물과 농부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농의 가치를 나누고 확산하는 방법에 대한 시야를 확장했다.
나는 어떤 언론인이 될 것인가?
곡물집을 시작하던 2020년만 해도 토종 종자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다는 사실에 놀라셨다는 김현정 대표님의 이야기를 듣고, 주목받지 못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천재박 브랜드 디렉터의 ‘외국에는 푸드 라이터(Food Writer)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많다. 주류 언론에서 소외되는 것들을 여러분이 기록해 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들으면서 기록에 대한 고민이 마음에 강하게 다가왔다. ‘소외된 사람(것),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것)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의 저널리즘, 이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나만의 이유와 목표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 정하은 (세명대저널리즘대학원)

우리 농업이 가진 특별함과 가능성
한민성 대표의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농업이 미국과 같은 대량 생산 체제의 농업과 경쟁하려면 소농 중심의 농업 구조를 바꾸고 공장형 농업이나 스마트팜과 같은 대규모 생산 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 농업 환경에서는 미국과 같은 대량 생산 체계를 경쟁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히려 소농만이 할 수 있는 유기농이나 자연농과 같은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에 공감했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소농이 지속적으로 농업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느꼈다. 또한 농부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며 소비자에게는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둘러앉은밥상 같은 중간다리 존재의 중요성도 실감하게 되었다.
– 김연수 (건국대 축산식품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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