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미래, ‘농農’을 만나다

‘농업이 미래 블루오션’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리지만 농업이 어떻게 ‘좋은 미래’가 될 수 있는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여름, 대산장학생들은 충북 제천의 한가지골농장, 괴산 흙살림연구소, 경북 문경 신미네유통사업단을 비롯한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의 농업 선진 지역을 방문했다. ‘참 좋은 미래’ 농업을 만난 장학생들의 가슴 벅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농업의 영역을 확대하다 _ 장안농장

장안농장 채식뷔페.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식당’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류 대표가 19년간 준비해온 결실이다.
류근모 장안농장 대표는 유기농 쌈채를 사료로 먹고 자란 흑돼지, 소 등의 축분을 6개월간 발효시켜 퇴비로 활 용하는 생태 순환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농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상추CEO」. 이 책의 저자인 장안농장의 류근모 대표를 만났다. 류 대표님은 충북 충주에서 자연 순환 농법을 통한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 체계를 확립하고, 100여 가지가 넘는 쌈 채소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쌈 채소를 제대로 먹을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에 아이디어를 얻어 무려 19년전부터 쌈 채소 뷔페를 준비했다고 한다. 드디어 지난 5월, ‘장안농장 채식뷔페’의 문을 열었다. 식당을 견학해보니 매장 실내장식부터 메뉴 하나하나까지 모두 대표님의 손이 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채식뷔페에 대한 대표님의 열정과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분야에서 이렇게 끊임없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시장을 선도해 가는 대표님을 보고 대단한 존경심을 느꼈다. 눈을 반짝이며 장안농장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류 대표님의 표정에서는 즐거움과 함께 청년의 열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작 이십대 청년인 내가 그동안 농업이 천시받는 시대를 한탄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강석주 _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3학년

여성 농업인의 힘을 재발견하다 _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
‘여성 농민이 함께 꾸는 꿈’을 실현해가는 언니네텃밭 상주 봉강공동체. 이곳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지속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방안으로 꾸러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지역에서 여럿이 함께 사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꾸러미 농산물의 가격을 정하고, 어떤 품목을, 얼마만큼, 누가 가져오는 지 매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며,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당당한 사업의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꾸러미 사업을 하면서 ‘여성 농민들도 그 누구보다 당당한 생산자이다.’라는 인식을 스스로 강화하고, 연대와 협력을 통해 여성 농민들의 역할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리며 스스로의 지위를 높이고 있다.

봉강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장학생들. 여성 농업인들이 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후 마을은 활력을 얻었다.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아버지의 벼농사를 물려받겠다는 것이 순진한 생각인지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언니네텃밭김정열 단장은 여성이 지닌 지혜와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은 농촌에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여성농업인이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고 나니, 내 진로와 꿈에도 자신감이 붙게 되었다. 나 또한 여성 농업인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공동체에 속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윤보라 _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4학년

장학생들은 젊은 귀농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미래 젊은 농업인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뚝심 있는 젊은 농부들과의 만남_ 승곡체험휴양마을
자신을 불량농부로 불러달라는 조원희 대표. 그는 번듯한 도시의 직장인이 되길 바라던 부모님의 뜻과는 달리 대학 졸업 후 곧바로 고향으로 와 농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조 대표는 도농교류를 통해 농업과 농촌의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마을 사업을 시작했고, 같은 뜻을 지닌 젊은 귀농인들과 함께 체험휴양마을을 꾸려가고 있다. 체험마을이 하나의 마을 기업으로 자리 잡아 농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 30년을 바라보고 시작했다고 한다. 친환경 농업과 체험을 연계한 도농교류사업,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건강한 지역 농산물을 판매하는 꾸러미 사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자연 순환형 농법으로 전환했고,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했다.
승곡마을에서는 젊은 귀농인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있었다. 젊은 농부들이 농촌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나눔과 봉사로 지역 발전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농촌도 이렇게 활기찰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가족이 함께 귀농한 부부는 소득과 삶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며, 자신들은 농촌에서 천직을 찾았
고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농촌에서 다양한 일을 찾고 함께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농촌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다은 _ 단국대학교 환경원예학과 4학년

승곡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흙을 개고 나무를 잘라 만든 황토집은 도시민들의 편안한 쉼터가 된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이해극 한가지골농장 대표, 이태근 흙살림 회장, 김대성 신미네유통사업단 대표 등 우리나라 농업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의 강의를 통해 참 좋은 미래 농업의 비전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었다고 연수 소감을 밝혔다.

이해극 한가지골농장 대표는 장학생들에게 40년을 지켜온 유기농 업 철학과 농민발명가로서 농민의 수고를 덜어주는 ‘행복한 농부의 삶’을 들려주었다.
김대성 신미네유통사업단 대표는 농가의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농산물 유통 시스템의 의미와 그 과정을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편집 · 최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