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으로 향하는 귀농·귀촌 인구가 늘어난다는 소식이 반갑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하는 농촌 주민들의 냉랭함에 귀농·귀촌인들의 상당수가 당혹스러워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웃의 따뜻한 정, 어머니 같은 넓은 품으로 기대되는 농촌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정부나 관련 학자들은 농업과 농촌, 농민이 식량 생산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환경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다고 추켜세우기는 하지만 실제 필요한 제도적 장치나 복지 등에서 농촌 생활은 그리 녹록지 않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듯 자신들의 삶의 피로도가 높은데 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들에 대한 눈길이 고울 수가 없다. 냉랭해진 농촌 주민들이 새로운 이웃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도 자기 지역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을 품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국토 환경을 보전하고 전통문화를 지킨다는 거창한 칭찬만으로는 농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따스한 마음을 열기엔 역부족이다. 그러나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산품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건강을 지켜준다는 칭찬 거리를 찾아내는 일을 체계화하는 뒷받침을 한다면 자신의 터전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 농민에게 자부심을 가질만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자기 사랑의 실마리가 잡히고 자기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도 열리게 될 것이다.
농민의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기 위한 농촌 현장에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 중의 하나가 ‘지리적 표시제’다. 우리 농산어촌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 가치를 지닌 지역 전통 산업을 활성화하고 그 제품의 품질을 일정한 수준으로 향상해 명품화 시키면서, 마지막으로 이를 권리화시키는 내용을 갖추어 농촌·농업을 응원하는 것이 이 제도의 내용이다.
‘지리적 표시제’는 지역 특산품을 국내 또는 해외에서 생산 지역 허위표시로부터 보호받게 해준다. 예를 들어 중국산 밤이 공주 정안밤으로 둔갑하여 수입되거나 국내 다른 지역 밤이 정안 밤으로 허위 표시되는 부정 사례를 막아주는 행정 효력을 가진다.
우리 국내 농산물 시장도 소비자의 숫자나 소비량에 있어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일뿐더러, 우리나라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가 세계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우리 농산물의 세계시장을 향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는 여건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제도가 제대로 활성화되어야 한다.
유럽의 와인이 아메리카 신대륙과 남아프리카의 새로운 고품질 와인의 물결 속에서 아직 명품 와인으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것도 바로 ‘지리적 표시제’의 힘이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상품’의 와인으로 승격할 수 있었다. 전통과 역사를 지닌 특산품을 만드는 생산자의 정성과 그리고 이를 원하고 알아보는 소비자의 감성을 만나게 하고 상호소통하게 하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제도의 또 다른 효과다.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에서의 우리 농산물이 소비자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고품질이나 안정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리적 표시제를 활용해 자기 지역이 가진 전통적 가치를 입혀서 ‘문화 상품’으로까지 발전시킨다면, 높은 가격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게 되는 특별대우를 누리게 된다.
유럽의 와인이 아메리카 신대륙과 남아프리카의 새로운 고품질 와인의 물결 속에서 아직 명품 와인으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는 것도 바로 ‘지리적 표시제’의 힘이다.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이야기가 있는 문화 상품’의 와인으로 승격할 수 있었다. 전통과 역사를 지닌 특산품을 만드는 생산자의 정성과 그리고 이를 원하고 알아보는 소비자의 감성을 만나게 하고 상호소통하게 하는 통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이 제도의 또 다른 효과다.
지역의 유서 깊은 역사적 유물, 명승지는 지역민의 자랑거리이듯, 오랜 시간 동안 그 지역에서 내려오는 특산품과 음식 문화 역시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지리적 표시제로 명품 반열에 오른 지역 특산품은 제한된 범위의 주민만이 아닌 다수의 지역 주민 공동의 힘으로 발전되고 유지되기 때문에, 이 제도는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활성화하는 중요한 구심체적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지역 자랑거리인 특산품을 통하여 지역 주민의 자부심을 키우고 지역 주민의 소득을 높이는 결과도 가져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귀촌인을 맞이하는 농촌 주민의 따스한 마음도 열어주게 된다면, 농촌 활성화는 물론 농민의 행복지수도 한걸음 빠르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이내수: (사)향토지적재산본부 이사장. 농협중앙회 조사·지도 및 유통부서와 경제담당 부회장을 역임했다. 농민신문사 사장 재임 중 ‘깨끗한 농촌 만들기’운동을 전개했다. 현재는 지역의 향토자원을 활용하여 주민의 삶의 질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