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젊은협업농장’은 농사에 관심이 있으나 땅도 자본도 기술도 없는 젊은이들이 농사를 배우고 농촌에서의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터가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두 젊은이, 2년 전 풀무학교를 창업(졸업)한 구해강(21, 본명: 구본경) 씨와 농업에 대한 남다른의지로 여러 곳을 다니다 이곳까지 온 김강산(20) 씨.
이 두 청년을 위한 ‘해강산 프로젝트’는 지난해 11월에 본격적으로 가동되었고, 올해 3월, 18일간의자전거 여행과 8월 두 사람의 결과 발표로 마무리 되었다.
지역의 멘토가 제안하고, 청년들이 기획하여 참여했으며, 주민들이 지원하여 완성된 ‘해강산 프로젝트’. 그 새로운 시도의 의미와 성과, 과제는 무엇일까. 두 사람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강산 프로젝트’란?
해강: 해강과 강산을 합친 프로젝트로, 지역의 젊은이들이 농사일 외에 다른 활동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멘토가 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총 3부로 구성되는데, 1부는글쓰기, 2부는 여행, 3부는 발표다.
<1부 글쓰기>
강산: 농사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생각할 시간이 많다. 그런데 생각을 깊게 들여다보기가 어려웠다. 1부 기간 동안 하루 한 편씩 글을 쓰니 생각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가 되었다
해강: 하루 중 있었던 일이나, 강의에서 배운것, 생각을 기록할 시간이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자는 의도로 글을 적었다. 지난 2년을 돌아볼 수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2부 여행>
강산: 18일간 자전거를 타고 태국 방콕에서 캄보디아 프놈펜까지 721km를 달렸다.
■여행 준비는?
해강: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모았다. 버스에서 홍보도 하고, 마을을 돌며 어른들을 찾아뵙기도 했다. 목표액은 300만 원이었는데, 32명이 총 331만 원을 지원해주었다.
강산: 멘토들의 제안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했는데, 우리가 여행 가는데 지역분들이 지원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납득하지 못해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
해강: 펀딩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지원을 받았으니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여행에서 이것만은 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나?
해강: 가장 확실했던 목표는 출발지와 목적지(웃음). 둘 다 해외여행과 자전거여행이 처음이라 막상 가보니 계획과 달랐던 점이 많았다. 18일 중 14일은 달릴 거라 예상하여 다양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너무 빨리 달렸다(웃음).
강산: 앙코르와트에 가는 것, 현지인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 서로 사진 찍어주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여행을 좀 즐기고 싶었다.
■오래 여행하다보면 갈등도 있기 마련인데?
강산: 단순히 여행 때문이 아니라 한 해 동안 같이 살고, 일하고, 강의 듣고 모든 걸 같이 하면서 미묘한 갈등이 있었다. 20대가 우리 둘만 있으니 자연스레 비교가 되기도 하고.
해강: 프로젝트 처음부터 서로가 ‘다르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여행가서 의견차가 심해졌다. 싸우기도 하고, 대화도 잘 하지 않았다.
<3부 발표>
■발표시기가 좀 늦어진 듯하다?
해강: 2부와 3부가 연속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3월에 여행을 다녀와서 발표회는 8월에 했다. 그 사이의 공백 기간에 갈등이 있었다.
강산: 발표회 준비를 하면서 갈등은 많이 해소되었다. 굉장히 즐겁게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음과 감정이 풀렸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고, 잊어버린 것도 있고(웃음).
해강: 이번 여행을 통해 서로 유지해야할 적당한 거리를 알게 되었다.
■발표회에서 지역 어른들 반응은?
해강: 3부 발표회는 사진전과 함께 여행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을 정리했다. 멘토와 마을 주민 40명 정도가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강산: 거창한 것을 바란 것이 아니라 “잘 갔다 왔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고 하셨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분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셨는데, 자녀가 중3인 한 분은 이런 프로그램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프로젝트 후 바뀐 점이 있다면?
강산: 전에는 소심해서 사람들 눈치를 많이 봤는데, 이젠 당당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단단해진 측면도 있고, 생각도 가벼워졌다. 즐기면서 살고 싶단 생각을 했고 여행을 위해 적금도 들었다.
해강: 내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 뻐꾸기 합창단에 다시 들어갔고,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사진과 기타를 시작했다. 농업을 좀 더 알기위해 다른 지역 농가를 찾아서 쌈채소 외에 다른 작물, 콩, 가지, 오이 등을 재배하는 것을 살펴보았다. 정말 쉴 새 없이 일하시더라.
■다른 해강산 프로젝트를 원하는가?
강산: 이런 프로젝트가 계속됐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간다고 하면 도와주고 싶다. 지역에서 청년에게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문화가 정착되면 참 좋겠다. 다만 청년이 부담을 덜 느끼도록 지원과 자발성의 균형을 맞췄으 면 좋겠다.
해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생긴다음에 프로젝트를 했더라면 덜 헤매고 덜 고민했을 것 같다. ‘이런 거 한 번 해볼까?’ 하고 우리 스스로 생각해서 준비하면 더 신나고 재미있을 것 같다.
해강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계속 멘토 역할을 해준 정민철 젊은협업농장 이사는 “지역에서 무언가 활동이 이루어지려고 하면 지역민이 도와주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고민하고 찾아내는, 진화된 제2, 제3의 ‘해강산 프로젝트’를 조만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터뷰 신수경 사진·녹취 김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