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와 유기농업

얼마 전 GMO(유전자변형 생물체) 홍보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온 한 민간 연구단체 대표로부터 유명과학단체와 공동 개최하는 “GMO와 유기농업 공존”에 관한 세미나에 토론자로 초청받았다. 그런데 국내외 최신 자료를 찾아보니 GMO와 유기농업이 공존하지 못한다며 유기농업을 폄훼하거나 핍박을 가해온 쪽이 다름 아닌 GMO 지지 세력임을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의유명 GMO 종자개발 화학회사가 스탠퍼드 대학교에 수십만 달러를 제공하여 유기농업의 허구성을과대 포장한 연구보고서를 받아 홍보했다든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교에 연구비를 지원하여 유기농업이나 GMO 농업이나 안전성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식의 판단을 유도하기도 했다. 요컨대GMO 개발회사들은 “유기농이 죽어야 GMO가 산다!”라고 홍보하고 있다.

GMO 농사와 유기농 농사는 상극이다. 그 이유는 첫째, 환경생태계와 다양성의 보전 측면에서 하나는 생태계를 살리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생태계를 망가뜨린다. 흙도 살리고 그 속의 미생물도 살리고 강과 호수와 바다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생태계를 죽음의 늪으로 몰아넣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둘째, 우리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GMO와 유기농 둘 중 누가 더 적절하고 성실하게 살려낼 것인지도 문제이다.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유기농법이냐, 아니면 돈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GMO 농사냐 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다.
셋째, GMO 농사로 과연 누가 이익을 보는가 이다. 초기에 반짝 달콤한 수확실적을 보일지 몰라도 계속 GMO 농사를 지으면 내성이 강화된 슈퍼잡초와 슈퍼곤충이 나타나 더 독하고 더 많은 농약의 폐해를 환경생태계가 떠안아야 하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농민이 부담해야 한다. GMO를 특허 개발하여 제초제와 살충제까지 독점적으로 제조 판매하거나 이를 식품으로 가공하는 대기업과 그에 기생하는 사람들만 좋은 일이다.

수상스럽기는 유기농이 아니고 GMO 쪽이다. 면역력을 보강해주는 유기농 WholeFood(온전한 식품)는 무농약, 유기농이라고 명확히 표기하는데, 왜 인체에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GMO는 표시제를 반대하는가.

담배에도 니코틴 함량을 표시하는데, 가공식품에 GMO 함유 여부를 표시하지 않는 이유가 미심쩍다. 그들은 GMO를 유기농업과 한 부류인 “지속가능한 농업Sustainable Agriculture”이라 분류하고 명색이 학자, 교수, 관료, 정치인, 언론인들에게 연구비, 광고비, 후원금 등을 지원하여 GMO/농약회사/식품업자의 세력 안으로 쉽게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업은 그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우리 밀 우리 콩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벌였던 시민, 종교계, 소비자, 농민들과 복음을 농촌에 전파해온 성직자들이 자구책을 들고 나왔다. 농산물과 가공품에 Non-GMO(GMO 아님)라는 선언을 하는 식품표시제 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겠다는 것이다. 아이쿱, 한살림, 두레생협 등도 모든 농산물과가공식품에 Non-GMO표시를 결의했다. 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도 가담하기 시작했다. 우리 농산물의 생명체 유전형질DNA Gene을 바꾸는 GMO 농사를 이 땅에 결코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소비자를 생각하는 시민모임, 경실련 등 소비자단체들은 이미 식품완전표시제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되었다. 이참에 식품의 ‘완전표시제’를 확실하게 입법화시켜야 한다.
또한 “악마는 디테일(사소한 항목) 속에 감춰져 있다” 했듯, 농산물과 가공품뿐 아니라 아스파탐, 프락토 올리고당, 성장호르몬 등 GMO옥수수 추출물을 원료로 한 식품첨가물과 유해색소에도 주목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현재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GMO가 안전하다면 명확히 표시하라.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필자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1998~2000년 제50대477
농림부 장관을 지냈고 상지대 총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워낭소리,인생삼모작의 이야기』(2014, 따비),『더 먹고 싶을 때 그만두거라(2009, 한국농어민신문) 등다수가 있으며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위한 다양한 집필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