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농업계의 새로운 화두는 “지역” 그리고 “상생”. 대산장학생들은 지난여름, 충남 홍성, 전북 완주와 진안을 찾아 지역을 상생의 구도로 바꾸는 다양한 사례를 견학했다. 농업에서 희망을 찾고, 활기찬 농촌사회를 이끌 대산장학생들이 찾은 세 지역에서 배운 협동과 나눔, 상생의 가치는 어땠을까. 장학생의 눈을 통해 느껴본다.
– 편집자 주 –
뿌리부터 협력하고 돕는 농촌의 삶 _ 충남 홍성 홍동면 마을공동체
홍동면에서는 협동조합의 역할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어 반가웠다. 풀무학교 졸업생들은 필요한 물품이 무엇인지 회의를 거쳐 물품을 사고, 필요한 물품 중 어떤 것이 좋은 건가 구분을 하는 게 습관화되어 있다고 한다. 졸업하면 지역에서 단체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가는 것, 이런 게 바로 뿌리부터 협력하고 도와가며 상생하는 삶의 양식이 아니겠는가.
협동조합이 조금 더 민주적이고 여러 사람이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공통된 합의로 협동조합 방식이 마을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렇다. 풀무학교 졸업생들이 제일 먼저 만든 것이 생협, 신협이라는데 한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조직과 신용조직이 이렇게 주민의 자연스러운 의지와 생각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이런 상상력의 가능성이 애초에 닫혀 있기 때문이다. 이곳 홍성에서는 선지자가 나서 ‘협동조합 하자!’ 라는 방식이 아닌 다수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으로 모여지고 있다는 것 말이다. 풀무생협, 갓골목공소, 느티나무 책방, 동네마실방 ‘뜰’ 등 마을 곳곳에 자리한 자그마한 협동조합들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기 이전에 이웃과 함께, 직접 만들어 쓰고 나누는 세상, 작은 책방을 하면서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며 두런두런 사는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간적이고 정겹지만 살기 힘들다고 여겼던 농촌의 삶. 그 삶을 재구성하는 길을 홍성의 사례에서 배운 게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강태영(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2학년)
지역 농협과 생산자, 소비자가 상생하는 길 _ 전북 완주군의 지역 활성화
완주 용진농협 로컬푸드직매장은 로컬푸드 판매에 있어 신화와 같은 곳이다. 사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지역에서 곧바로 소비되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현실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대부분 농산물은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경매를 통해 가격이 책정된다. 이후 도매와 소매를 거쳐 농산물은 다시금 지역으로 재배치된다. 농산물 가격은 이 같은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생산원가의 2배 이상으로 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리고 운반 중에 발생하는 시간과 물리적, 화학적 충격 등으로 품질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낭비를 줄이고자 지역 농산물을 직거래 장터나 특산물 코너 운영 등을 통해 판매려고 시도하지만 대부분 장기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와중에 완주 용진농협의 로컬푸드직매장이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별화 전략과 노력이 있었다. 바로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가 인정하고, 자신의 필요에 의해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게끔 한 것이다. 우선 상시 판매가 가능한 현대적인 인테리어의 건물에서 깔끔하게 상품을 배치하여 소비자의 편의를 높였고 농산물의 품질을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여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매장에 CCTV를 설치하여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생산자들이 재고량을 수시로 확인 할 수 있어서, 판매량만큼 수확하여 신선도가 높은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각각의 농산물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기재되어 출처가 정확했고, 문제가 있을 시 생산자에게 바로 연락이 오는 만큼 농민들도 항상 신경 써서 품질 유지를 하게 된다. 사업 초기에는 운영에 참가할 생산자를 찾기 어려울 만큼 참여도가 낮았지만, 지금은 월 300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농가가 340명 중 70명이 넘는 수준으로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주고, 지역 경제 순환과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를 통해 지역 농업에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내는 현장에서 앞으로의 농산물 유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역농협, 생산자, 소비자가 상생하는 길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고진섭(제주대학교 환경원예학과 4학년)
나눔과 상생의 공동체가 지속 가능하도록 _ 전북 진안군 ‘마을 만들기’
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의 구자인 박사님은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다. 진안군 마을만들기 운동은 마을의 역사를 다시 탐구해 주민들도 교육하고, 자신이 사는 마을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귀농인들의 정착을 돕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사업 구상을 통해 농촌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이후 방문한 원연장마을에서는 50대 여자 이장님으로부터 마을 활성화를 위해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새로운 일들을 함께 도모하고, 헌신하는 리더십을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소쿠리’라는 곳이다. 나는 사람들이 소쿠리를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나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 때 서울로 올라왔다. 학교진학을 위해 또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게 되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마을을 떠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안군 마을만들기 사례와 원연장 마을의 이장님을 보면서, 척박하고, 사람이 없고, 살고 싶지 않은 마을일지라도, ‘깨어있는 사람과 생각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마을에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눔과 상생을 통해, 내가 속한 지역을 밝히는 등불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윤보라(삼육대학교 원예학과 3학년)
편집 ·최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