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고 메마른 날씨가 계속된 6월이었습니다.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고, 논과 밭은 바짝 말라 농민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였습니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전국 평균 강수량이 74.7㎜로 평년의 50%로, 1908년 기상 관측 이래 105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이제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며 따라서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다각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입니다.
지난 5월, 재단은 여성농업인들 대상으로 뉴질랜드 연수를 실시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농업인
리더들이 뉴질랜드의 생산 현장과 유통시스템, 정부와 생산자의 협력에 관한 다각적인 벤치마킹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연수에서 “국가를 이끄는 중심산업”인 뉴질랜드 농업의 저력은 바로 ‘협동조합’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유제품 수출 1위를 자랑하는 ‘폰테라’는 전 세계 140여 개국에 낙농제품을 수출하는데, 뉴질랜드 전체 수출의 1/4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주는 다름 아닌 농민입니다. 뉴질랜드의 10,500개 농가가 주주이며, 농민이 아니면 주식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식의 단위가 ‘우유 고형분(수분을 빼서 고체화한 우유) 1kg’이기 때문입니다. 농민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의 양만큼 폰테라에 우유를 납품합니다. 만약 생산량이 주식보유량에 못 미치면 그만큼 주식을 팔고 또 생산량이 넘쳐 납품을 늘리고 싶다면 주식을 사야 합니다. 폰테라는 농민들의 우유를 전량 수매하며, 이익 역시 나누고 있습니다.
세계 80여 개국에 키위를 수출하는 ‘제스프리’ 역시 농민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스프리는 역시 키위 생산량에 따라 농민에게 주식을 발행하는데, 키위나무가 주식의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제스프리는 1980년대 키위 수출업체가 난립하면서 농가의 소득 하락이 계속되자 생겨났고, 이 제스프리가 유일한 수출창구로 거듭난 것은 바로 농민들의 의지 덕분이었습니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와는 그 사정이 사뭇 다릅니다. 뉴질랜드의 면적은 남한의 2.7배지만 인구는 430만으로 우리나라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고, 무엇보다 농민의 단합과 조직화가 필요했고 또 가능했던것입니다.
뉴질랜드의 농업개혁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와 다른 환경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여러 가지 인적, 물적 자원에 눈을 돌려볼 때입니다. 그리고 정부와 농업인, 연구자와 학자들이 우리 농업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한마음으로 나간다면, 우리 농업도, 나라를 이끄는 중심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제주도에서 유기농사를 짓는 농민 한 분이 뉴질랜드 연수 소감에서 한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농업을 한다는 것이너무나 행복합니다. 우리는 많은 소비자와 큰 내수 시장을 갖고 있으니까요. 우리 농업에 훨씬 더 희망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