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NZAGA)
남반구 남태평양에 한가운데 위치한 뉴질랜드는 지리적으로 주요시장인 북반구의 유럽 및 아시아 시장과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을 농산물이 차지하고있다. 한마디로 뉴질랜드 농업의 큰 특징은 수출 중심이라는 점이다. 당연히 뉴질랜드에서 농민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의 농업 개혁을 전후하여 대부분의 품목은 자조적인 생산자 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산업을 이끌고 있으며 이들 단체는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 없이 1990년부터 시행한 ‘뉴질랜드 자조금법’에 따라 기금을 형성하고 개별 품목별 생산자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단체 중 하나가 뉴질랜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New Zealand Avocado Growers Association: NZAGA) 이다.
농가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협회
뉴질랜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은 뉴질랜드에서 아보카도를 생산하는 1,600여 농가의 이익을 추구 하는 단체이다.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은 생산 농가들을 대표하여 아보카도 소비 및 판매 촉진, 소득 증대를 위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아보카도 생산을 위한 연구 개발 사업, 생산자들을 위한 정보 수집,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상대 로비 및 산업 구조 강화 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과 단체와 함께 뉴질랜드 아보카도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뉴질랜드 아보카도 산업 위원회’(Avocado Industry Council Limited: AIC Ltd)이다. 아보카도 산업 위원회는 정부가 인정한 일종의 행정 기관으로 뉴질랜드 아보카도 산업과 관련된 중요한 법적 준수 사항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 원예 수출법안(Horticulture Export Authority: HEA)을 따르고 있는 아보카도 산업은 본 위원회가 허가한 수출 업체를 통해서만 수출을 할 수있다. 또한 아보카도 산업 위원회의 대표 이사들은 매년 아보카도 수출을 위한 품질 규정과 수출 매뉴얼 그리고 수출 전략(Export Marketing Strategy: EMS)등을 감사하고 있다.
아보카도 수출을 위해 ‘함께’ 움직인다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인 아보카도는 1920년대 초 종자가 유입된 후 현재 뉴질랜드에서 키위, 사과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신선 과수 수출 품목이 되었다.
아보카도 주 재배 지역은 북섬의 북단과 베이오브 플랜티 지역이다. 특히, 기후가 온화하고 표토
의 영양분이 풍부한 베이오브 플랜티 지역에서 77%가 생산된다. 약 1,600여 농가 규모는 약4,000 ha(약 1,200만 평) 정도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출액은 뉴질랜드 달러로 약 4,000만 달러(약 378억 원)정도에 이른다.
표1. 최근 10년간의 뉴질랜드 아보카도 수출 및 내수 현황 (단위: 1,000 NZD)
대표적인 품종은 ‘하스’로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8월 말(뉴질랜드 늦겨울)부터 3월 말(뉴질랜드 초가을)까지 수확된다. 수출 물량의 80%가 호주로, 그 나머지는 미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수출된다.
아보카도는 후숙 과일이다. 특성상 나무에 달린 상태에서는 익지 않기 때문이다. 대략 수확기까지 9개월에서 12개월 정도 나무에 달린 채로 과일이 성장한다. 수확하자마자 익기 시작하는데 주요 수출 품종인 ‘하스’의 경우 과일이 익으면 과피의 색상이 진한 녹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하며
과육이 연화되어 마치 크림처럼 부드러워진다.
아보카도는 뉴질랜드에서 최근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신선 과일 품목이다. 아보카도의 이러한 성장세는 아보카도 과일이 가진 고유의 건강성 및 기능성에 기인한다. 아보카도 과일에는 각종 비타민과 철분, 마그네슘 등의 영양 성분이 높아 피부 노화 방지, 항암 효과 및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있다. 특히, 아보카도 껍질에서 추출한 아보카도 기름은 올리브유보다 높은 비타민 E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베타 시토스테롤 (β-sitosterol) 성분이 함유한것으로 밝혀졌다. 아보카도가 함유한 베타 시토스테롤의 함량은 오렌지의 25배 이상이다. 베타 시토스테롤의 주 기능은 우리 몸속에서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방해하는 역할이다.
‘뉴질랜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과 ‘아보카도 산업 위원회’는 아보카도 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수출 및 내수 품질 등급 규정 제안 및 수출 규제에 관한 것에 중점을 둔다. 뉴질랜드에서 아보카도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수출업자 그리고 선과 및 가공업자는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회’가 제안하고 있는 수출 매뉴얼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반면 아보카도는 상품성 측면에서의 단점도 있다. 후숙 과일이기 때문에 수확 후 유통 과정 및 저장 조건에 따라 숙도가 균일하지 않고 대표적인 해걸이 작물이라는 점이다. 과일 자체가 가진 이와 같은 본질적인 단점 때문에 뉴질랜드 아보카도 산업은 국내외 시장의 수요 충족을 위해 균일한 품질 유지 및 수량의 균일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전략 목표 달성을 위해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 및 산업 위원회’의 역할이 매우 크다. ‘뉴질랜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과 ‘아보카도 산업 위원회’는 아보카도 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수출 및 내수 품질 등급 규정 제안 및 수출 규제에 관한 것에 중점을 둔다. 뉴질랜드에서 아보카도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생산자, 수출업자 그리고 선과 및 가공업자는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회’가 제안하고 있는 수출 매뉴얼과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아보카도 산업발전의 시작은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단합에서부터
현재와 같은 뉴질랜드 아보카도 산업의 구조는 아보카도 재배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던 1970년대 후반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생산자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베이오브 플랜티 주, 테푸케 지역 생산자였던 그레헴 로스(Graham Ross)는 뉴질랜드 키위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수출 진흥 자조금 운영’(Voluntary Kiwifruit Export Promotion Levy)의 성공 사례를 보고 아보카도 산업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산업이 필요함을 인식했다.
1978년 그레헴을 포함한 이 지역 6명의 농민이 월터베이리스 선과장에 모여 산업 발전을 위한 그레헴의 제안을 공유 하게 된다. 한편, 베이오브 플랜티 주 타우랑가 지역 생산자였던 랄프 제퍼슨(Ralph Jefferson)과 팻 루니 (Pat Rooney) 역시 이들과 비슷한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 이듬해인 1979년 10월, 이 두 지역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한 예비 위원회 모임이 열리게 된다. 이들은 참석한 210명의 생산자에게 범국가적인 차원의 뉴질랜드 아보카도 산업 발전을 위해 지역 생산자들이 어떻게 단합하여 함께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인가에 대해 역설하였고 이 자리에서그레헴은 캘리포니아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샘플용 아보카도 포장 박스 규격 및 디자인을 소개한다. 그는 생산자가 제안한 수출용 포장 박스를 이용하면 나무 한 그루 당 25센트 그리고 박스 당 25센트를 지급할것을 요청했다. 또한 이자리에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이 추진할 사업안으로 아보카도 소비 촉진을 위한 소비자 대상 교육을 통해 아보카도 구매 및 저장 요령 그리고 익은 과일을 이용한 요리법 등 아보카도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자료 제작, 품질 및규격 관리 그리고 호주시장 진입을 방해하던 아보카도 선블로치 바이로이드 (Avocado Sun Blotch Viroid; ASBV) 감염 여부에 대한 조사 등을 논의했다.
이처럼 베이오브 플랜티 지역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한 노력은 1980년 2월 11일, 현재의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과 산업 위원회’의 전신인 뉴질랜드 아보카도 진흥 위원회 (New Zealand Avocado Promotion Committee) 탄생이라는 결실을 보게 된다. ‘아보카도 진흥 위원회’는 ‘아보카도 진흥 협의회’ (Avocado Promotion Association)로 명칭을 변경하고 소비자 홍보용 팜플릿 제작, 홍보 영상 제작 등 10여 년간 산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이어오다 1989년 이후 현재의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 (Avocado Growers Association)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한편 수출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아보카도 수출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자 연합과는 별도로 1992년에 ‘아보카도 수출 협회’(Avocado Export Council)가 설립되었고 이는 다시 1997년에 현재의 ‘아보카도 산업 위원회’(Avocado Industry Council)로 명칭을 바꾸게 되어 오늘에 이른다. 이후 두 단체는 보다 효율적이고 강력한 산업 경영을 위해 병합된 형태로 현재의 산업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다.
현재 뉴질랜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 조직을 살펴 보면 이사진은 총 8인의 지역 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전부가 산업 위원회 이사진으로 임명되어 있다. 생산자 연합회장은 또한 산업 위원회 회장을 겸직하게 되어있으며 일종의 생산자 연합 행정 대행 기관인 산업 위원회는 수출업자 대표 2인을 추가하여 총 10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따라서 본 단체는 8:2의 비율로 생산자단체 대표들이 전체산업을 총괄 지휘하는 형태로 조직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생산자연합 이사회에서 임명된 4인과 수출업체 대표 2인으로 구성된 아보카도 품목 대표 이사회 (Recognized Product Group)가 존재하며 본 이사회는 자조금법 및 원예수출법에 따른 아보카도 그룹 조례안 제안에 참여, 4:2의 비율로 생산자 대표가 관여하게 되어 있다. 이들 이사진은 아보카도 수출 전략 수립 (Export Marketing Strategy)에 따른 매뉴얼에 명시된 의무 조항을 인지하고 준수해야 한다.
아보카도는 현재 뉴질랜드 3대 신선 과일 수출 품목으로 자리 잡았으며 생산자 단체의 노력에 힘입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작은 선과장에서 시작된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 및 산업 위원회’는 시대에 따라 조직의 규모와 형태, 역할 등이 변해왔으나 이들의 아보카도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아보카도 생산자들의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은 농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국의 생산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은 현재까지 호주로 편중된 수출 시장을 호주 이외의 국가들로 확장하고, 아보카도의 영양성 분석, 농산물 안전 생산 시스템(AvoGreen) 확대 및 생산 균일성 유지를 위한 연구 개발에 투자하여 아보카도 생산 농가의 수익 극대화를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한 ‘미래 산업 발전 5개년 장기 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수출 중심의 뉴질랜드 농산업 분야에서 대표적인 표본이 되고 있는 아보카도 생산자 연합의 성공적인 미래 목표 달성을 기대해본다.
“그레헴 로스와 랄프 제퍼슨은 산업이 혼란 없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이든 산업을 기획하고 이끌어갈 주체가 필요하고, 그 주체가 생산자들을 대표하고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함을 직감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현명하고 이성적인 산업 발전의 주체가 바로 생산자들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참고> http://www.nzavocado.co.nz
※필자 김태훈: 농학박사. 뉴질랜드농업연구소(NOV08)대표로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하며 뉴질랜드와 한국의 농업교류협력에 힘쓰고 있다. 홈페이지 www.nov0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