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칠 푸른들영농조합법인 대표
소가 밭을 갈고 농부는 씨를 뿌렸다. 작물이 자라면 사람과 가축이 나눠먹었고 다시 그들의 배설물은 땅으로 돌아가 이듬해 농사를 위한 준비를 했다. 그렇게 자원은 순환했고 그 과정에서 아무것도 버려지지 않았다. 이것이 오랫동안 내려온 우리 농촌의 풍경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유통이 하나가 되다
2012년, 옛 농촌의 풍경을 현대 속에 녹인 곳이 있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이하 푸른들영농조합). 자원순환농업을 기반으로 농민이 주도하는 지역농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푸른들영농조합의 뿌리는 1979년 YMCA 양곡조합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농민이 주도하는 유기농은 우리가 처음이었어요. 무농약 쌀을 서울로 보내 직거래하면서 유기농업이 확산되기 시작했지요.”
김병칠 푸른들영농조합 대표(60)의 말이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소 값 파동, 이농 현상 등으로 영농조직이 해체되는 등 많은 부침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고, ‘한마음공동체’라는 이름으로 1987년에는 한살림과 직거래를 시작했으나 유통비용 문제와 내부 갈등으로 좌초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살림 아산시 생산자연합회가 설립되고, 2000년 지역농업선포와 함께 농민 19명, 자본금 1천만 원으로 유통 가공 조직으로 푸른들영농조합이 설립되면서 지역농업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었다.
현재 푸른들영농은 한살림 천안 아산 생활협동조합, 한살림 아산생산자연합회와 함께 긴밀한 협력의 틀을 갖추고 있는데, 푸른들영농조합은 생산자연합회 농민들이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농산물의 유통과 가공을 전담하는 역할을 한다. RPC와 식품공장, 콩을 가공하여 만드는 두부와 두유, 콩나물, 그리고 콩비지를 먹고 자란 유기한우 가공까지. 푸른들영농은 360명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농업을 함께 끌어가는 구조라고 김봉수 경영지원팀 과장은 설명한다.
“(푸른들영농조합은) 한살림 아산시 생산자연합회의 회원들만 출자를 할 수 있으며 물류와 마케팅 수출사업을 책임지는 물류사업과 현장의 생산을 책임지는 생산사업, 그리고 두부, 두유를 비롯한 가공을 담당하는 식품공장 등으로 구분됩니다. 영농조합의 이사회는 생산자연합회의 운영위원들로 구성되고, 실무 책임자들은 생산자연합회의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농민이 주도하는 농민조합
아산시 생산자연합회는 5만 원의 가입 출자로 준조합원이 되고, 자신의 매출액의 1%를 출자금으로 내어 100만 원이 되면 정조합원이 된다.(일시불 출자로 정조합원이 되기도한다.) 그리고 푸른들영농조합은 수익금 10% 출자배당을 목표로 하는데, 조합원들은 매년 배당금을 재출자하고 있다. 대신 조합은 1년 농사를 시작하기 전, 자금이 필요한 농가에는 선도금을 주어 농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한다.
한편 생산자연합회의 조합원들은 매년 출하금의 7%를 수수료 및 출자금으로 내어놓는다. 1%는
생산자 연합회 사무국 운영비용으로, 1%는 출자금, 1%는 한살림 생산자연합회 회비, 나머지 4%는 수수료다. 푸른들영농조합은 혹시라도 있을 농민들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한 유통안전기금과 유기축산 지원을 위한 축산발전기금을 조성해 놓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일정 수익의 일부를 떼서 적립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위한 일입니다. 그렇게 재원이 탄탄해야 조합원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김병칠 대표의 말이다.
푸른들영농조합은 지역의 문제에 책임감을 갖기 위해 학교급식 식재료 지원과 독거노인 식사 제공, 그리고 결손가정을 위한 아동센터 운영 외에 회원 자녀 장학금 지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회환원사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소비자와의 소통을 한 축으로
푸른들영농조합의 모든 식품은 한살림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그래서 소비자들은 한살림으로 알고 있다. 100% 한살림에 납품하는 푸른들. 소비자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열고 있다.
“한살림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거세도 하지 않아요. 이것은 소비자가 동의하고 기다려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앞으로는 소비자와의 소통에 더 비중을 두고 이끌어 갈 계획입니다.”
단오축제와 함께 오리입식, 우렁이입식행사, 자운영축제, 가을걷이 행사 등 소비자들이 농업을 농촌을 농민을 가까이 느끼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더욱 적극적으로 찾아가겠다는 것. 학교 급식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갈 계획도 하고 있다.
지역순환농업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약속
유기농의 완성은 ‘순환’에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종과 축산이 한 지역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좋다는 것. 그래서 푸른들영농조합내에 유기축산을 위한 사료공장과 유기한우 육가공 공장을 설립하고 경종농가, 축산농가, 생산자 단체와 가공시설, 사료공장의 유기적인 관계성을 확대해 나가고있다.
김병칠 대표는 농촌사회 유지를 위해 고민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젊은 인력이 없는 농촌의
고령화 문제다.
“일흔도 아니고 여든이 넘은 노인들이 와서 일을 해요. 물론 연륜이 있어 젊은 사람보다 오히려 나을 때가 많아요. 하지만 길게 본다면 큰 문제인거죠. 젊은 사람들이 농업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농촌의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지요.”
유난히 추운 봄, 4월에 내리는 눈을 맞으며 김병칠 대표는 추위에 아랑곳하지않고 핀 봄꽃에서
희망을 바라본다. 건강한 사람들이 키워내는 건강한 농업에 대한 기대가 함께 커진다.
“지역의 농업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방법으로 살아남을 수 없고, 우리 농민의 생존을 위해서는 ‘의식 있고 농촌을 사랑하는 도시 소비자가 지원하는, 튼튼한 지역사회 기반을 활성화해야 한다.”_ 웬델베리
글·신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