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농업‘,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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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임진년(壬年)
인 올해를 ‘흑룡의 해’라며 상서롭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희망찬 새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그렇다면, 농업분야의 임진년은 어떨까. 이에 대한 답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올해 농업분야는‘희망’을 말하기에 앞서‘변화’를 먼저 얘기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농업분야에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곡절과 진통을 겪으며 지난해 말 비준절차를 마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초 발효되고, 중국과의 FTA도 대기하고 있다. 4월과 12월엔 굵직한 정치 일정이 농업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날씨 또한 변수다. 매년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이 농가를 괴롭히는 일이 잦아지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농협도 달라진다. 농협사업 구조개편이 마무리돼 3월 새로운 농협이 출범한다. 친환경 농업이 얼마나 변할지도 주목거리다.
이 여파로 올해 농업 현장엔 여러 가지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분명히 해두고 싶은 점은 변화가
곧 좌절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시련은 불가피하다. 우리 농업은 시련을 겪으며 단련될 것이라 믿는다. 올해 예상되는 농업분야 주요 현안을 짚어본다.

가속하는 시장 개방
올해 농업계의 가장 큰 이슈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시장개방이다. 농식품부는 2012년 업무계획에서 올해 정책추진 여건으로 맨 먼저“주요국과의 FTA 등으로 시장개방 확대가가속화될 전망”을 꼽아 이를 인정했다.
우선 한·미 FTA 가 곧 발효된다. 두 나라는 지난해 말 발효를 위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발효시기를 협의하며 저울질하고 있다. 조만간 한·미 FTA가 발효해 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농산물의 관세철폐가 시작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1·2위 농산물 수출국인 유럽연합(EU)·미국과 FTA를 체결, 농산물 시장을 온전히 개방한 나라가 된다. 정부와 경제계는 한·미 FTA가 가져다줄 이익과 편익을 계산하기 바쁘지만, 국내 농업계는 곧 현실화될 위기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초조하다. 정부가 취약분야 피해 최소화에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농업 피해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정부는“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15년간 연평균 4억 2,400만달러(약 4,900억 원) 늘어나고,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 농산물 생산액이 연평균 8,150억 원, 15년간
12조 6,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2010년 기준으로 매년 사과 생산액(7,403억 원)이나
배추 생산액(7,392억 원)이 없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여야가 합의해 마련한 피해대책 13가지를 반영해 농업분야 추가 보완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농가들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농민단체는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보완 대책의 하나로
농어업 시설투자에 10년 동안 1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대책은 2014년까지 보조금을 감축하고,
2015년부터는 모두 융자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농가 불만이 크다. 피해 보전 직불제는 발동요건을 완화했어도 작동이 안 될 것으로 보는 이가 많아 여전히 반쪽짜리 대책이란 평가다.
여기에 더해 한·중 FTA가 올해 안에 추진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의 FTA는 한국 농업을 뿌리부터 송두리째 흔들어 붕괴시킬 것이란 게 국내 농업계의 시각이다. 이 때문에 농업계에서 중국과의 FTA는 공론화마저 금기시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부터 경제적 효과를 내세워 중국과의 FTA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004
년 불쑥 미국과의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일사천리로 관련절차를 진행했던 일이 이번에도 재연될 수 있다는 걱정에 농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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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중의 난제, 쌀 문제

쌀 문제도 2012년을 달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쌀값의 이상 강세가 계속되고 있
어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산지 쌀값은 수확기인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떨어졌다가 단경기 때 다시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2011년엔 수확기에 되레 쌀값이 오르는 이상 현상이 빚어졌다. 쌀 수확기인2011년 11월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 한 가마에 16만 5,792원으로 2010년의 수확기의 13만
7,416원보다 2만 8,376원(20.6%)이나 높았다. 12월 15일에는 80㎏ 한 가마에 16만 7,34올랐다. 12월 들어 상승폭은 작아졌으나 쌀값의 선행지수인 벼값이 12월 15일 기준으로 5만 4,526원 (40㎏ 기준)으로 열흘 전보다 251원 상승, 쌀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에 대해 농가들이 쌀값상승을 기대하고 출하를 늦추기 있기 때문이란 분석을 내놓고있다.
하지만, 시장과 양곡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쌀값 동향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쌀 수급에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생산량 통계를 근거로 수급을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1년 쌀 생 산 량 422만4,000t이다. 이는 2012년 예상 수요량 418만t을 넘어선 양이다. 수요량에 포함된 공공비축 34만t 중 14만t은 시중에 방출되거나 다음양곡연도로 이월되는 재고임을 고려할 때 18만t 이상 여유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수급불안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수확기에도 값이 오르는데다 2010년 경험이
더해진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수확기에도 쌀 생산량이 예상 소비량보다 더 생산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2011년 3월부터‘햅쌀 부족’현상이 나타났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상황은 2010년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통계청의 생산량과 실제 생산량 차이가 컸던 2010년과 달리 2011년산은 통계치와 실제 생산량과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런 정부설명에도 산지 쌀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에도 쌀 감산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12월 16일 대통령에게 한 2012년 업무보고서에서 “논 4만ha에 타 작물 재배사업을 계속 추진, 쌀 수급 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 동시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정부의 예측대로 쌀 수급불안이 해소될지 아니면 2011년 같은 수급 이상이 되풀이될지 관
심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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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화한 기상이변_기후변화에 대비하는 농업으로 

기상이변과 농산물 유통은 올해도 골칫거리가 될 듯하다.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 문제와 겹치며 국가적 차원의 대응책을 요구하는 문제가 됐고, 매년 농업과 농업인을 괴롭히는 변수가 됐다.
이에 따라 기상이변이 상시화하면서 더 이상‘이변’에 머무르지 않고, 농업에 크고 작은 피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요즘 기상이변은 태풍이나 폭우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이상고온과 잦은 비처럼 도시생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농작물에는 치명적인 재해로 나타나 농가를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초 이상고온과 잦은 비로 경북 상주와 충북 영동지역 곶감 농가들이 피해를 봤고, 경남 밀양, 경북 성주, 대구지역에서는 논에 물이 차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지 못해 겨울농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농진청은 2010년 기상이변으로 인한 농업분야 피해를 약 3조 4,000억 원으로 추정했다.
중장기적으로 지구 온난화는 농업의 생산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게 농진청의 분석이다.
기온이 섭씨 2℃ 상승하면 쌀 생산량은 평년에 견줘 4.5% 줄고, 사과재배 면적은 66%, 고랭지 배추 재배면적은 70%나 감소할 것으로 농진청은 예상했다.
날씨 변화는 농산물 유통도 예측불허로 만들었다. 2010년 9월 고랭지 배추 값이 한 포기에 1만
5,000원으로 급등하면서 시작된 배추 파동은 그해 내내 물가 당국의 표적이 됐다. 겨울 배추를 앞당겨 출하하고, 중국산 배추를 수입하는 극단 처방이 나왔다. 하지만, 불과 1년만인 2011년 가을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2010년을 생각하고 너도나도 배추를 심어 김장 배추 재배면적이 40%이상 늘어나고 생산량은 전년보다 50% 이상 늘어나 값이 폭락하는 또 다른 파동이 재현됐다. 정부가 부랴부랴 2차례에 걸쳐 10만t의 무·배추를 산지 폐기했으나 값 하락세를 반전시키기는 역부족이었다.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올봄에도 배추 값이 널뛰는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1년 12월 15일을 기준으로 2012년 봄 배추 재배의향을 조사한 결과, 농가들은 올 봄 배추 재배면적을 지난해보다 26%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의향을 재배면적에 반영해 생산량을 추정한 결과 시설 봄배추는2011년보다 40.8%, 노지 봄배추는 35.9%나 줄 것이란 게 농경연의 관측이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배추는 파동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 기본계획과 세부실천 계획을 세워 본격 시행에 나서고, 관측업무도 강화
하고 계약재배를 늘리는 유통개선 대책도 추진한다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농가들은 기후변화를 대하는 대응방식을 바꾸고, 정부는 단기 대응책 수립에 힘 쏟아야 할 것으
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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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사업구조 개편

오는 3월 2일부터 농협중앙회가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지도사업을 한데 묶은 종합농협으로 50여년을 지내온 농협이 새로운 체제로 변신하는 것이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협중앙회와는 별도로 경제와 금융 지주회사가 설립된다. 지주회사의 설립으로 인해 현재의‘농협중앙회-자회사’체제는‘중앙회-지주회사-자회사’체제로 개편된다.
농협중앙회는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며, 신용사업을 금융지주로 분할하는 대신 상호금융 대표이
사제를 신설하는 등 조직구조가 크게 변한다. 경제지주는 기존 경제자회사를 편입하고, 중앙회로부터 단계적으로 사업을 이관 받아 잘 팔아주는 판매농협을 구현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농협중앙회의 경제부문을 전국단위 판매조직으로 전면적으로 개편해 농업인이 생산한 농산물을 책임지고 판매하도록 하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농협의 유통·판매 역량 강화를 위한 시설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지의 공선출하회등 생산자를 조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경제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사후관리 체계도 구축한다. 올해 3월 농식품부 장관 직속으로 농협 경제사업 평가 협의를 구성해 운영하고, 평가 결과를 농협중앙회대표이사의 성과 평가에 반영한다는 복안이다.
농협 사업구조개편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새로 출범하는 농협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가는 새해 농업계에 부여된 과제다.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고, 경제사업 활성화의 구체적 방안들을 마련, 시행하는 일을 올해부터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변화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가느냐는 정부와 농협, 그리고 조합원인 생산농가에 달렸다.

변화의 시험대에 오른 친환경 농업
그동안 유통업체의 구색 상품이었던 친환경 농산물이 이젠‘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소비자 인식이 확산하면서 소비도 늘고, 생산도 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은 221만 6,000t으로 전체 농산물 생산량의 12%를 차지했다. 지난 2001년 8만 7,000t에 불과했던 친환경농산물 생산량이 10년 만에 2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런 친환경 농업이 올해는 변화의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올해 각종 제도가 바뀌기 때문이다.
먼저 각기 다른 법에 있는 친환경 농식품 인증제를 하나의 법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올해 안에 마무리 된다. 친환경농업육성법과 식품산업진흥법·수산물품질관리법에 흩어진 친
환경 농식품 관련 인증근거를 합치고 법안 이름도‘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 식품 등의 관리에
관한 법률’로 바꾸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정부안이 지난해 10월 확정돼 현재 국회에 제출된 상
태다. 특히 여기에는 유기농산물과 유기 가공식품 인증제를 하나로 묶어 유기 식품 인증제로 바꾸고 동등성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동등성이란 특정국가에서 유기 식품으로 인증 받으면 우리나라에서 별도의 인증절차를 밟지 않아도 국내 인증을 받았을 때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친환경 농업단체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은 주춤한 상태이며 올해도 동등성 제도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 친환경 농산물 인증표지도 정부 인증 공동표지로 바뀌고 친환경 직불제 단가도 인상된다.
이런 친환경 농업관련 제도변화가 현장에 반영돼 친환경 농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올 한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도 올해는 4월 총선과 12월 대통령선거라는 커다란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의 농
업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를실행하기 위한 정책의 변화도 예측된다. 농업계는 이를 일회성 정치행사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의 지형변화가 곧 농정변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권보다 앞서 준비하고, 대비해서 농정의 얽힌 실타래를 푸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농업계가 합심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이유다.

※최상구: 농민신문 농정부 기자. 농업기자포럼 발기인, 부회장.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출입기자로 주로 농업 정책취재를 담당하며 관심 분야는 기후 변화, 친환경, 농산물 유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