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영원하다

-재단 창립 20주년을 맞으며

105“봄, 봄, 봄, 봄은 다리가 아픈가 봐. 나비 등을 타고 오는 걸 보면…….”여태 잊혀지지 않는 초등학교 시절, 국어책의 아름다운 동시 구절입니다. 세상이 답답하고 어지러워도 봄은 언제나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는 희망의 계절입니다. 2011년 올 한 해 우리 농민, 농업인 여러분들의 기운찬 건투를 기원하면서 봄 인사를 드립니다.

21세기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반도체와 디지털 기술에 의한 정보 통신 혁명, 금융 공황과 경제 위기, 아랍권의 민중봉기, 기후 변화와 지진, 해일, 폭우, 가뭄이 함께 일어나는 천재지변, 핵발전소의 폭발과 방사능 불안 확산……. 어느 것 하나 국지적인 것이 없는 실시간으로 전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일들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 세기는 늘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문명과 문화의 변화가 쌓이고 모여 임계점에 이르면 물이 끓어 넘치는 격동적 변화로 귀결되고, 때로는 혁명으로(19세기), 때로는 전쟁으로(20세기)표면화 되어 언제나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위에 새로운 시대는 시작되어왔습니다. 21세기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참으로 두렵습니다. 인류의 이성이 야만적인 문명의 진보를 억제하고 평화로운 역사를 창조해 낼 수 있을까요?

참으로 문명의 진보, 과학 기술의 진보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인류의 지혜가 아쉽습니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19세기까지는 그래도 인류의 희망일 수 있었고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발명은 인간을 가혹한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리라는 기대까지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체제가 시작되면서 거대한 생산력은 바로 자연에 대한 거대한 파괴력을 바탕으로 지탱되었습니다. 스스로 생산한 생산제품까지 끊임없이 파괴하고 신제품을 쏟아내야 유지되는 대량생산 체제는 지금으로서는 치유 할 방도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더욱 불행한 사태는 과학과 기술이 바로 이 거대 자본의 수중에 장악되었다는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 발전 진행의 방향타가 자본의 손아귀에 잡혀있음으로 해서 참된 인류의 미래와 복지보다 지본의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데 골몰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과학은 비뚤어진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자연 자원의 물리적 가공에 그치던 과학과 기술은 급기야 생명체의 유전자에까지 손을 뻗쳐 생
태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1910년 세상을 떠난 톨스토이는 제정 러시아의 귀족으로 소유하던 거대한 농지를 모두 농노들에게 분배하고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전쟁과 평화』,『 부활』,『 안나까레리나』를 포함한 모든 책들의 저작권까지 포기하고 한 농민으로 살겠다는 결심으로 은퇴했습니다.
톨스토이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던 인도의 간디 역시 자립적 농적(農的) 삶과 농촌의 마을 공동체에 인도의 독립과 미래를 걸고 스스로 물레를 돌리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남먼저 느끼고 고민하던 선각자들의 미래의 희망은 농업과 농촌 공동체였습니다.

사람의 노동력은 참으로 소중한 것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 노동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인간의 노동을 배제하고 기계에 일임하는 생산체제가 보편화 하고 있습니다. “더 빨리, 더 싸게, 더 많이”생산하는데 사람의 노동력은 점점 걸림돌처럼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계와 경쟁하고 되고 마침내는 이웃과 경쟁해야 생존할 수 있는 체제로 변했습니다. 물신(物神)이라는 종교가 세계의 모든 종교보다 더욱 사람들에게 지배적입니다.

1910년 세상을 떠난 톨스토이는 제정 러시아의 귀족으로 소유하던 거대한 농지를 모두 농노들에게 분배하고러시아문학을대표하는『전쟁과평화』,『 부활』,『 안나까레리나』를포함한모든책들의저작권까지포기하고 한 농민으로 살겠다는 결심으로 은퇴했습니다. 톨스토이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던 인도의 간디 역시 자립적 농적(農的) 삶과 농촌의 마을 공동체에 인도의 독립과 미래를 걸고 스스로 물레를 돌리며 농사를 지었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남먼저 느끼고 고민하던 선각자들의 미래의 희망은 농업과 농촌 공동체였습니다. 그들이 붙잡고 몸부림치던 시대의 아픔은 지금도 여전한, 오히려 더욱 짙어진 인류의 아픔입니다.

우리 농촌이 많이 피폐해지고 농민들은 노쇠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로한 농민들이야말로 우리 농촌과 농민의 본질적 가치를 몸으로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 노령의 농부들에게 땅(농지)을 지키게 하여 도시로 내보낸 자녀들의 귀환을 기다리게 해야 합니다. 이 농부들에게 마을을 지켜 도시에서 지쳐 돌아온 청년들에게‘경쟁보다는 상생을’‘편익보다는 환경과 생명을’더욱 소중한 가치로 깨닫게 가르치는 소임을 하게 해야 합니다. 불행하게도 지구가, 혹은 지역경제가 회복키 어려운 파국에 이르더라도 인류의 희망은 농업과 농촌에만 있을 것입니다.

대산농촌문화재단이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습니다. 1991년 10월에 고(故) 대산(大山) 신용호 선생은“농업은 미래를 지켜주는 산업이요, 농촌은 우리 삶의 뿌리”라는 신념으로 우리 농업과 농촌, 농민을 위해“정부가 하지 못하는”공익사업을 찾아내어 우리 농업의 미래에 기여하자는 생각으로 재단을 창립, 직접 초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농업은 오늘날 자립국가를 지향하는 모든 나라의 포기할 수 없는 기초산업입니다. 그리고 그 농업은 인류가 살아있는 날까지 영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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