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재를 넘었다 농업으로 세상을 넘는다

 

김대성 신미네양파유통사업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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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었다.
나고 자란 문경을 떠나 서울에서 사업을 했고,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그였지만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차마 꿈엔들 잊힐 리’ 없었던 고향. 그 곳에 늘 발하나를 걸치고 있었다.
김대성 씨(64, 제19회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가 ‘신미통상’을 설립한 것은 지난 1980년, 우리 농산물을 동남아시아로 수출하는 일을 해왔고, 1994년 [신미네유통사업단]을 설립하면서 고향인 문경에 양파를 재배하도록 기술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수출업을 하면서 가장 골치 아픈 품목이었다던 양파. 더군다나 문경은 양파에 적합한 곳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대성 씨는 왜 이런 골칫덩어리를 선택했을까.
“사과는 별문제가 없는데 양파는 참 클레임이 많이 걸렸어요. 그러다보니 도대체 왜 그런가 고민하면서 연구를 많이 하게 됐죠.”
양파 주산지라 알려진 곳에 비해 재배환경이 열악해 불모지로 알려진 문경. 2011년 현재, 그곳에서 350농가가 우리나라 최고의 시스템에 생산한 양파를 맡긴다.

농민이 주도하는 계약재배 시스템을 확립해 농민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농민이 주도하는 계약재배 시스템을 확립해 농민들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가격이 없는 계약, 농민에게 지는 계약
계약재배는 동전의 양면 같다. 가격이 폭등하면 농민들이 손해고, 가격이 폭락할 때는 유통 업체가 손해를 본다. 김대성 씨는 지난 1995년 일본과 계약재배를 했을때 가격이 폭등하니 농민이 물건을 주지 않아 무척 큰 손해를 봤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계약재배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계약재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신뢰가 있어야하는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팽배되어 있는 불신의 고리가 어디부터 있는지를 잘 간파했다.
그는 농가와 두 번 계약을 한다. 처음 파종할 때는 물량과 하한선만을 잡아놓는다. 이어 6월 수확기에는 시장가격에 따라 농가대표와 협의하여 양파 가격을 책정한다. 가격이 오르면 그 가격대로 보전해주고 떨어져도 하한선을 지켜준다.
“농민 입장에선 시장가격을 고려해서 그만큼 올려 받을 수 있는데 계약 재배를 안 할 이유가 없지요.”
이제는 농민들이 가격을 이야기하기 전에 물건부터 다 가져다준단다. 신미네유통사업단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처음부터 농민을 이기면 안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가 농민에게 지면되지 않겠나.”
김대성 씨는 단순히 물량과 가격을 정하는 계약재배가 아니라 종자와 기술, 그리고 생산에 들어가는 영농자금(전도금)까지도 선지원하면서 농가의 생산을 도왔다. 그리고 수확기가 되면 회사 직원들로 이뤄진 팀이 농가의 양파 수확을 돕고, 또 일일이 손포장을 하지 않고 벌크콘 백에 한꺼번에 담아 노동력을 훨씬 줄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울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본격적으로 문경에 두 발을 디딘 이후 11년. 현재 1천여 농가가 신미네유통사업단에 농산물을 납품하고 있고 이중 양파농가는 350여 가구에 이른다.

연구소가 운영하는 시험포장. 양파와 감자, 고냉지 채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
연구소가 운영하는 시험포장. 양파와 감자, 고냉지 채소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
지역풍토에 맞는 고품질 양파를 개발,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양파연구소를 만들었다.
지역풍토에 맞는 고품질 양파를 개발, 농가에 보급하기 위해 양파연구소를 만들었다.

큐어링 시스템-양파 저장의 신기술을 만들다
“저는 과학자도 아니고 기술자도 아닙니다.”그는 그렇게 말을 뗐다. 사업차 외국에 나가 여러 가지 선진시스템을 견학했는데 그 중에서 그의 눈에 들어왔던 건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한 저온냉장시스템이었다.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김대성 씨는 지난 2000년 전국 최초로 ‘컨테이너를 활용한 저온저장 물류시스템’을 만들었다. 20kg 그물망에 포장하여 저장하지 않고 양파를 컨테이너 째 저온저장고에 보관하는데, 컨테이너 아래쪽에 있는 송풍구로 계속 바람을 넣어주면서 양파 표피를 건조한다. 이렇게 하면 양파껍질은 마르고 수확과정에서 자른 줄기와 운송과정의 상처도 치유되어 부패감모율을 3분의 2이상 줄일 수 있다. 이것이 김대성 씨가 개발한 큐어링시스템으로, 양파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해준다. 또한 600kg 벌크콘 백을 활용하여 자동기계로 선별, 포장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개발해 유통비용을 줄이고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그는 늘 열린 마음과 머리로 사물을 대한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농업’과 ‘고향’이다.

신미네유통사업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양파를 자동선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미네유통사업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양파를 자동선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600kg 벌크콘 백을 활용해 농가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600kg 벌크콘 백을 활용해 농가의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농민을 부자로 만드는 연구소
양파는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양념채소 중 하나다. 그래서 여러 지자체나 연구소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양파의 효능이 속속 밝혀지기도 하지만 실제로 문경의 양파 생산에 필요한 연구가 없다는 것.
“정작 농민들에게 필요한 연구는 많이 없어요. (문경)풍토에 맞는 연구도 없어요.”
이것이 김대성 씨가 신미네유통사업단 부설연구소를 연 이유다. 무엇보다 질 좋은 양파를 많이 수확하도록 하는 것이 연구소의 제1목표다. 온도와 일장(해의 길이)이 다른 주산지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생육환경을 고려하여 품질 좋고 수량이 풍부한 양파를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고 있다.
연구소는 당장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다. “10년 후 또는 그 이후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 소득증대입니다.”
4천여 평의 시험농장을 거닐며 그가 몇번이고 내뱉은 말은, 아직도 농가를 위해 할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은 늘 ‘농업’과 ‘고향’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자동화시스템으로 양파를 선별 포장, 유통하는 곳. 김대성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유통 가공공장을 돌아본다.
그는 늘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하면서 많은 아이디어 접목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신미네유통사업단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직원은 25명, 여기에 생산직 직원을 합하면 100명을 훌쩍 넘는다. 직원은 김재왕 연구소장을 포함한 연구소 직원을 제외하고 모두 문경 사람이란다. 연간 3만명에 달하는 농촌일자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지역의 인력을 활용해 좋은 조건을 만들면, 젊은이들이 농촌에 남고자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사내 복지제도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반 직원은 물론 일용직 근로자에게까지 자녀 장학혜택을 주고 있다. 그는 농업에 필요한 젊은 인력 육성을 위해 지원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
“일종의 홍길동 작전입니다. 홍길동이 자신의 분신을 여럿 만들듯 저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들어내 곳곳에 심어두는 것이 제 꿈입니다.”
생산만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은 ‘신미네’에서 다 알아서 해준다고 말하는 농민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 비결을 물어봤다.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주 간단합니다. 다양한 판로를 개척하는 거지요. 좋은 품질의 양파 수요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제 양파뿐 아니라 양파의 후작으로 잡곡 특히 콩 생산에도 한 힘을 쏟고 있다. 양파의 후작으로 아주 좋은 품목이라고 한다. 양파의 새순이 부쩍 크는 봄, 이순(耳順)의 나이를 훌쩍 넘긴 ‘청년’ 김대성 씨의 ‘홍길동 작전’이 기대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