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상현 바이오FD&C 대표
바이오FD&C의 연구실에 들어서니, 백여 종류의 식물세포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 작은 세포 조각들은 커피 세포부터 장미 세포까지 언뜻 보면 다들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서로 다른 식물로 자라난다. 이 신비한 식물세포들로부터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바이오FD&C의 모상현 대표. 12년째 바이오 벤처기업 바이오FD&C를 이끌며 나노생명과학기술로 식물소재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식물이 가진 힘을 믿다
“가장 오래 산 사람의 나이가 159세라면, 가장 오래 산 식물의 나이는 4844세예요. 인간의 역사가 50만 년이라면 식물의 역사는 30억 년을 거슬러 올라가죠. 오랜 시간 한 자리에 뿌리내리고 살며 갖가지 난관을 극복해온 식물의 힘은 식물세포와 식물성분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식물이 가진 힘은 남다르다. 식물은 한자리에 계속 뿌리내려 살아야하기에 생존본능이 강하고, 생장을 방해하는 미생물이나 해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피토케미컬이라는 성분을 갖고 있다. 이 성분은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도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등 그 힘을 발휘한다. 바이오FD&C에서 다양한 화장품과 식료품의 원료로 식물성분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라지는 식물종을 되살리는 화장품
하지만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과 악개발로 인한 훼손 탓이다. 그렇기에 모상현 대표의 열정은 고부가가치 식물소재 개발에서 멈추지 않고, 식물을 지키는 연구로 이어졌다. 그 결과 2015년에는 원 식물을 훼손하지 않는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자체 개발해 미국 특허 등록을 마치고,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기술 인증도 받았다.
그는 10년 넘게 쌓아온 식물세포 배양기술 노하우를 활용하여 사라져가는 멸종위기 식물을 구하고, 종 다양성을 복원하는 일에 힘쓰고 싶다. 최근에는 북극 다산과학기지에서 멸종위기 식물종 세포를 직접 추출하여 배양·복원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북극의 멸종위기 식물 세포로 화장품을 만들어 그 수익의 일부를 다시 종 다양성 보호에 쓰고 싶다는 계획이다.
열린 마음, 성실함, 꿈꾸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
“성공의 열쇠는 냉철한 두뇌와 뜨거운 심장, 성실한 손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심장이 뜨겁게 뛰는 일을 해야 해요.”
식물을 연구하다보면, 재밌고 신비로운 것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모상현 대표는 말한다. 그 신비와 식물에 대한 사랑이 모상현 대표의 심장을 뛰게 하였고, 지금의 바이오FD&C를 만들었다. 공동대표로서 기업의 성장에 힘 쏟으면서도 그는 최근 4년간 40여 편의 논문을 완성하는 등 연구에 이어온 성실함을 잃지 않는다.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바이오FD&C에서 개발한 식물성분들은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치료용 화장품과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원료로 쓰이고 있다. 아토피 등의 피부질환 개선과 항노화에 효과가 좋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 정부과제를 수행하면서 해양성분 안티에이징 소재를 개발하여 만든 화장품 브랜드 ‘She’s Marine(쉬즈마린)’을 직접 출시하기도 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과 자연을 향한 위대한 도전
“꽃을 계속 꺾을 필요 없이, 꽃 한 송이의 세포로 꽃 수백만 송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식물 복원기술로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콩만 보더라도 원래 한국이 주산지인데, 지금은 다른 국가에 종주권을 빼앗기고 있잖아요. 이러한 것을 바이오 기술로 복원하고 배양하면서 우리 농업을 지키고 싶어요.”
모상현 대표는 많은 식물과 농산물이 기후변화로 멸종되거나, 개발로 훼손되는 현실에 식물세포 배양기술로 도전할 계획이다. 식물세포 배양기술을 활용하여 장차 토종 씨앗의 종주권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농업기술 개발·보급에 공헌하는 ‘현대판 농사꾼’이 되겠다는 그의 꿈이, 바이오FD&C의 캐치프레이즈인 “위대한 도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 농산물의 유용한 성분을 생명과학 기술로 추출하고 그 가치를 밝혀 농업 발전에 보탬이 되려고 해요. 다만 농민들에게 다양한 기술을 직접 보급하는 게 제 본래 취지인데 아직은 쉽지가 않죠. 농민과 농촌에는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을지가 남아있는 숙제예요.”
앞으로의 숙제도 함께 남아있지만, 그의 “위대한 도전”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걸어온 길에서 자연히 드러나는 깊은 열정과 성실함이라면, 그 숙제를 풀어낼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글 유해리 / 사진 김종현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