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고 아이들이 달라졌다
우리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문제는 이미 학교 담장을 넘어 사회의 이슈가 된 지 오래다. 또한 교실에서의 주입식 경쟁 교육으로는 달라진 학생들을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로 키우기 어렵다는 우려가 일반적이다.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에 따라 교실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교육과 배움의 터전이 되었으며, 체험학습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체험학습을 통해 새로운 지식 습득이 가능하고 선행지식을 적용, 확인하여 지식의 내면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체험학습은 건전한 가치관 형성을 통한 인격의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체험학습은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하고, 사회적 기능의 발달을 촉진하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갖도록 한다. 이렇게 체험을 통해 습득된 학습효과는 지속적이고 측정하기 어려운 영역의 교육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60년대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삶의 모든 것이 소중한 체험이었다. 개울에서 송사리 잡고 물장구도 치며 즐겁게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은 문제 하나 더 풀기 위해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고, 컴퓨터 게임과 휴대전화에 빠져 세상을 살아가는 커다란 힘이 될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일에는 관심이 부족하다. 그나마 최근 체험 교육의 소중함을 알고 주말에 가족·학급 단위로 농어촌을 찾아 경험하게 하는 일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한 경험, 어른이 되어 회상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 어른들에게 분명히 있다.
농의 가치, ‘경험’으로 배운다
이제 학교 교육에서도 농업·농촌의 가치를 분명히 교육해야 할 때다. 학생들의 경험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충청남도교육청에서는 이를 위해 2012년부터 충남 지역 시·군 지자체와 직접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농어촌 체험학습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각종 프로그램 지원은 물론 예산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농·생명과학교육을 위해 농어민명예교사(학교로 가는 농부선생님) 제도를 마련하여 전국 최초로 2016년부터 농어민이 명예교사로서 지역 학교의 텃밭정원 교육 및 생태교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충남 소재 각 시·군의 농어촌체험학습 및 텃밭정원 운영학교 수에 맞추어 지자체 추천을 받아 농어민명예교사를 선발하고, 이들에게 일정 시간 연수를 통해 1년간 활동할 수 있는 명예교사 임용장을 수여하여 배정된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충남교육청 농어민명예교사 제도의 운영 목적 및 필요성을 살펴보면 첫째, 초중고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탐색을 위해서다. 직업체험 기회 확대와 더불어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지역사회에 있는 우수 농어민을 학교 교육에 참여하도록 했다.
둘째, 노작교육 기반조성을 위한 학교 텃밭정원 운영에 마을 교육공동체 참여가 필요했다. 충남교육청은 노작교육이 학생들에게 자연과 대화하고 감사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한다는 신념을 갖고, 학교 근처에 거주하는 농어민명예교사를 위촉하여 전문성을 활용하고 학교 텃밭정원 담당교사 업무 과중을 감소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셋째, 학교 텃밭정원 가꾸기에 배정된 농어민명예교사가 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할 수 있다고 보았다. 농어민명예교사 지도로 초중고 학생들이 텃밭정원 운영 및 생태교육에 참여함으로써, 효과적인 농업교육과 농촌 이해가 가능하도록 했다. 나아가 농어민명예교사가 방과 후 인근 지역 학생 생활지도, 학생 인성교육 참여, 방학 중 학교 텃밭정원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하였다.
전문성을 갖춘 농민, 농어민명예교사가 되다
농어민명예교사 제도 추진 과정의 선발 방법과 운영 방침은 첫째, 충남도청과 농업기술원의 협조 아래 우수 농어민을 추천받아 선발했다. 추천 시에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 및 식생활 연계 지도 관련 역량 있는 농어민을 추천토록 하였다. 이들은 학교에서 산학겸임교사 자격으로 담당교사와 협력 수업이 가능하다.
둘째, 지역 학교 수에 따라 농어민명예교사 선발 인원을 조정하였다. 가능하면 농어민명예교사 1인이 2개 이상의 학교를 담당하지 않도록 했다. 또한, 이들이 언제든 학교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장 가까운 학교에 배정했다.
셋째, 선발된 농어민명예교사가 반드시 일정 시간 연수에 참여해야 임용했다.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최적의 교수법, 각종 안전교육, 학교 텃밭정원 운영 및 관리 방법 등에 대한 연수를 거쳐 전문성을 갖추도록 하였다.
넷째, 농어민명예교사의 위촉 기간은 1년으로 하였다. 1년의 기간이 지난 후 학교와 지자체를 통해 전문성을 평가하여 미흡한 농어민명예교사는 재임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학교의 만족도를 높이고, 농어민명예교사는 농·생명 생태교육에 대한 전문성과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수업 전문성을 갖추도록 연수했다. 이밖에도 도 교육청에서 농어민명예교사를 직접 선발, 연수하여 임용장을 수여함으로써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교육기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농어민명예교사 위촉을 위한 역량 강화 연수는 농어민명예교사가 학교 텃밭정원 운영컨설팅이나 지도교사와의 협력 수업 진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안내하고, 학생들의 공감능력과 공존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농어민명예교사의 활동을 통해 학생의 협력적 사고와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텃밭정원 담당교원의 업무경감을 도모했다. 학생들은 오감을 활용한 학교 텃밭정원 가꾸기 활동을 통해 자연과 친해지는 계기를 가지며, 작은 농사 교육공동체를 통하여 정서적인 친밀감과 안정감을 느끼도록 했다. 또한, 각종 채소와 작물 재배를 통해 학생들이 먹거리와 친해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시수를 편성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얻는 즐거움을 느끼고,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되는지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아래 예시와 같이 학교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을 안내하여 학교 실정에 맞게 추진하도록 했다.
치유·협동·상상, 농의 교육적 가치
충남 농어민명예교사 제도에 담긴 농農의 교육적 가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 빈 공간을 활용하여 텃밭정원에 심은 다양한 농작물과 꽃들로 학생과 교직원에게 심신의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학교의 사각지대에 다양한 작물을 심어 자연스럽게 생활지도를 할 수 있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둘째, 자연 친화적인 태도와 공동체 의식 함양은 물론 학생의 자기주도적인 탐구능력을 함양하고 있다. 학교 텃밭정원을 함께 가꾸면서 학생 상호 간 협동 정신을 배양하고, 노작활동을 통해 끈기와 체력을 높인다. 농작물을 스스로 키우며 생물에 대한 관찰력과 탐구 능력도 높일 수 있다.
셋째, 학교 텃밭정원을 통해 학창시절 추억을 만들고, 학생간 협력 및 소통 능력을 배양했다. 함께하는 수업으로 심신 안정 및 치유, 상호협력과 배려, 존중을 통한 인성교육, 관찰과 발명, 과학실험과 상상력 자극을 통한 창의성 향상이 가능하다.
넷째,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이해와 먹거리 나눔을 통해 봉사정신과 바른 인성 함양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단기간 다양한 식물 재배를 통하여 식물의 생애 등을 소재로 수학, 과학, 문학(국어) 등 다양한 과목의 융합수업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학생들이 먹거리 관련 농農체험활동을 통해 건강하게 식습관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학교, 지자체, 정부가 협력하여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열자
앞으로는 학교와 농어민명예교사 간 협력 강화를 통해 농어민명예교사 제도를 더욱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시·군 교육청과 관련 지자체의 유기적 협력과 더불어 농어민 단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한 텃밭정원 농어민명예교사, 농어촌체험과 식생활교육 연계를 바탕으로 통합 운영을 통해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농어민명예교사 간 네트워킹을 통해 상호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학교 관리자 및 담당교사 대상 농어민명예교사 제도에 대한 연수도 필수적이다. 더불어 농어민명예교사 제도를 통해 농업·농촌 관련 진로탐색 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농업·농촌 관련 직업세계는 매우 다양하므로 미래 수요 증대를 예측하고 학교와 지역사회 간 상생모델의 구축은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와 지역사회는 공동운명체임을 확실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 텃밭정원 운영은 융·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과 연계를 통해 농農에 대한 교원의 관심을 높이고 관찰일지 등 다양한 콘텐츠 제공으로 효과를 증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부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또한 교육청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농업과 농촌은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적 터전이다. 지금 청소년은 몸의 영양은 차고 넘치나 마음의 영양은 이전에 비해 부족하다고 한다. 따스하고 정감이 넘치는 마음은 생명이 가득차고 생기가 넘치는 농업·농촌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정한 행복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체험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업과 농촌은 우리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적 터전이다. 지금 청소년은 몸의 영양은 차고 넘치나 마음의 영양은 이전에 비해 부족하다고 한다. 따스하고 정감이 넘치는 마음은 생명이 가득차고 생기가 넘치는 농업·농촌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정한 행복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체험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충남교육청의 농어민명예교사 제도는 이러한 측면에서 텃밭정원 활용을 통해 생태 환경 교육은 물론, 지역사회 우수 농어민이 학교교육을 지원하고 함께 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농어촌이 가지는 다원적 가치를 인식하고 학교교육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제 도시 학교나 농어촌 학교 모두 학생이 행복한 교육을 열어 갔으면 한다. 학교 생태 텃밭정원을 활용한 노작교육으로 인성이 메마른 학생들의 정서순화에 도움을 주고, 농어촌 체험학습과 함께 진행하여 농어촌에 활력을 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기관, 지자체, 정부가 함께 나서서 학교 텃밭정원 교육과 농어민명예교사 제도를 더욱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 청소년들에게 ‘농업·농촌은 마음의 고향이며 삶의 뿌리’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 김지용: 공주생명과학고등학교 교감. 서울대학교 농업교육과 졸업 후 20년간 농업계특성화고등학교 교사로 있었으며, 서산교육지원청 및 충남교육청 장학사를 역임했다. 지역사회 농어민을 학교 텃밭정원 명예교사로 위촉하여 교육현장에 농의 가치를 전달하는 충청남도교육청 농어민명예교사 제도를 시행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