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촌 전 세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환’과 ‘생태’이다. 한마디로 생태 사회와 그 문명으로의 전환만이 지속 가능한 인류 생존의 유일한 길이라는 말이다. 기후위기 또는 기후재난이라고 불리는 지구온난화와 생태계의 대멸종, 그리고 코로나19 역병의 대유행 등으로 인류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살기를 고집하는 한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이제는 더욱 자명해졌다. 문제는 그 전환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상황은 위중하고 시간은 절박하다. ‘생태적이 아니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구가 이제는 절박한 현실로서 우리 앞에 다가와 있다.
1996년, 전국귀농운동본부를 만들고 귀농운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내가 내세웠던 것은 ‘생태가치와 자립하는 삶’으로 돌아가기였다. 그래서 이 귀농운동을 생태귀농운동이라고 불렀다. 내게 ‘귀농’이란 생명의 바탕인 흙과 땅 그 자연과 함께하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살아남고 제대로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흙, 땅, 자연 그리고 이 지구는 모든 생명의 근원, 그 근거지이다. 지구 생명계, 생태계의 구성원 가운데 그 어떤 존재도 땅과 자연, 이 지구 행성을 벗어나서는 살 수 없다. 그래서 귀농이란 다시 땅과 함께하는 삶으로, 생명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복귀기근, 復歸其根)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생태가치란 생명의 가치이며 동시에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가치이다.
생태가치의 핵심은 상생과 순환, 조화이다. 생태계의 법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원리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생명은 서로가 서로에게 밥이 됨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며 동시에 그 밥이 소화되어 똥으로 되었다가 그 똥이 다시 밥으로 되는 되먹임의 순환을 통해서 생명의 지속성을 조화롭게 이어가는 것에 있다. 자연이 뭇 생명을 낳고 기르면서도 풍요로움과 조화와 지속성을 이어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농업은 이러한 자연의 상생 순환의 원리에 바탕하고 있는 삶의 방식이다. 전통적인 농적인 삶과 생산방식이 곧 그러하다. 거기에는 농적 삶과 농적 생산방식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다. 땅, 자연에 기반하여 생명의 양식을 생산하며 이를 통해 생명의 지속성을 이어간다. 그러나 현대 산업문명에 편입된 현재의 농업은 이와는 정반대이다. 생태적인 농업이 아니라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가중하는 주요 원인이며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마디로 현행농업의 공업적 생산방식은 반 생태적이며 반 지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행농업의 근본적인 전환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이런 형태의 농업으로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지구온난화의 위중하고 절박한 위기를 해결하는 길과는 정반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금작물 위주의 단작 재배, 기계화 중심의 심경深耕 경작, 육식 중심의 대규모 축산만 하지 않더라도 지구온난화 주원인인 온실가스를 3분의 1 이상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등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지금과 같은 반 생태적, 반 지구적 농업 형태를 시급히 전환하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한 농업도, 지속 가능한 생존도 불가능함이 분명해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는 식량위기, 농업위기와 같은 말이다. 이제 더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 생명계, 생태계를 고려하는 농업으로의 전환이어야 한다. 생태가치에 바탕을 둔 지구 행성을 위한 생태농, 생명 농업으로의 전환 그 한 길뿐이다.
인류가 처한 미증유의 지구적 차원의 위기 앞에서 생태적 의미는 곧 지구적 의미와 동의어이다. 생태적인가는 지구 생명계, 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인가의 여부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우리가 이대로 온난화가 급격해지고 지구가 복원력을 잃어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된다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까지 간다면 카본시계는 지구 온도를 1.5˚C 상승시킬 때까지 이제 6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가리키고 있다.
※필자 이병철: 호는 여류如流. 시인, 생태귀농학교장. 학생운동을 계기로 농민운동과 사회운동을 해오면서 생명운동으로 마음을 모아왔다. 한국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장, 녹색연합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귀농하여 텃밭을 가꾸며 생태적 사회를 꿈꾸고 있다. 시집 「당신이 있어」 외 5권, 산문집으로 「살아남기, 근원으로 돌아가기」 외 3권, 시산문집으로 「밥과 똥의 노래」 등이 있다. 시집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로 녹색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