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농農, 정말 지속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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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2019년 9월 27일(금) 13:00~18:00
•장소 : 대산농촌재단 세미나실
•참석자 :
강    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부국장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
이선화 지내들영농조합 사무장
이원영 농업법인 도담 대표
조병옥 경남 함안군 산인면 숲안마을 이장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사회)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이하 신수경):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좌담은 농업계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여섯 분을 모시고 ‘농업, 농촌이 정말 지속할 수 있을까’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풍년의 역설’ 농산물 가격 폭락
농산물 수급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농산물 품목별로 다르게 접근해야
농촌 현실에 맞는 정책 필요

신수경: 올해도 풍년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민 부부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농업계 큰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러한 사례가 종종 일어납니다. 풍년이면 즐거워야 하는데, 농산물은 넘치고 농민은 팔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나라 농수산물 수급 정책은 어떻습니까?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이하 송정환): 역대 정부는 당초 자율적인 수급 체계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가가 시장에 마음대로 개입할 수 없다는 전제하에, 조직화된 생산자 단체가 수급 조절까지 나서달라는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2010년 배추 파동이 일어나면서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확실하게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장에 맡기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한 축에서는 어정쩡한 예산을 투입해서 수급을 잡으려고 하고, 또 다른 한 축에서는 농가들에 관측 정보를 주면서 자율적으로 맡기려고 하니, 근본적으로 풀릴 수 없는 모양새입니다.

이원영 농업법인 도담 대표 24년간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며 전국 500여 농가와 협업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유통을 위해 농민에 게 생산비를 보장해주는 ‘건강한 유통’을 실천한다.
이원영 농업법인 도담 대표
24년간 친환경농산물을 유통하며 전국 500여 농가와협업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유통을 위해 농민에게 생산비를 보장해주는 ‘건강한 유통’을 실천한다.

이원영 농업법인 도담 대표(이하 이원영): 농산물은 품목별로 다 다르게 봐야 해요. 양파, 마늘, 사과, 배 다 다르게 봐야 합니다. 올해 양파의 경우만 봐도 면적은 늘지 않았는데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폭락했죠. 기후와 품종 때문입니다. 현재 보급된 양파 품종은 대체로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이 많은 품종이라 상당히 생산 진폭이 줄어들었습니다. 거기에 올해 기후가 너무 좋았던 거예요. 그러다 보니 개수가 늘었던 것이 아니라 무게가 대폭 증가하게 된 거죠. 그런데 양파가 크면 저장성이 떨어져요. 빨리 처리를 해야 하니까 투매하듯이 다 던져낼 수밖에 없었던 거죠.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전문적으로, 세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 농산물이 왜 이렇게 쌀까? 사람들이 밥을 안 해먹어서 그러나?’ 이렇게 하나의 테두리에 집어넣고, 뭉뚱그려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농사를 지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의견을 강하게 내고, 불편한 정책을 만들어내는 거죠. 실제로 유통하는 사람들은 정부에서 나오는 자료를 신뢰하려 하지않아요. 생산업체, 유통업체, 묘목 판매상, 농약 판매상, 종자 회사 등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랑 얘기하면 제일 빠르죠.

이선화 지내들영농조합 사무장(이하 이선화): 정부는 수급 조절을 한다고 다른 작물로 전환하라고 해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농가부터 압박이 들어가는 거죠. 저희는 증조할아버지 때부터 4대째 같은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 “벼 심지 말고 콩심어라. 타 작물 전환하면 보조금 주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논에다가 콩을 심은 거죠. 그런데 콩 작물로 대체했을 때 벼 콤바인이 아니라 크로스 콤바인이 필요해요. 결국 농민들은 정부의 시책 때문에 기계를 새로 사야 하는 거죠. 농기계 임대 사업소가 있지 않냐고 하는데, 트랙터나 콤바인은 빌려주지 않아요. 소농이 차량 가지듯이 농기계를 1인 1대씩 가지게 되니까 빚쟁이가 되고, 농민들이 ‘죽겠다’는 소리를 하게 되는 거예요. 이게 과연 농촌 현실에 맞는 농업 시책이냐는 거죠.

> 정부의 농산물 수급 관측
신뢰성 떨어지는 관측 시스템
농민은 전망 아닌 대책을 원한다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 서울대 농경제학 박사로, 생산부터 소비 전 단계까지 폭 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 하는 ‘채소산업발전기획단(T/F)’에 참여하고 있다.
송정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부원장
서울대 농경제학 박사로, 생산부터 소비 전 단계까지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채소산업발전기획단(T/F)’에 참여하고 있다.

송정환: 현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농·축산물의 공급, 수요 및 가격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농업관측통계정보시스템(OASIS)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모형을 만들어서 각 변수를 집어넣고, 결과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산출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결과를 보증받고, 전문가 의견을 모아 수급 전망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최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수급을 예측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요.
 하지만 관측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농민에게 특정 품목을 심지 말라고 할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에게 심지 말라고 할 것아인가, 심었는데 잘못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시스템을 아무리 고도화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부국장(이하 김선아): 정부가 전망을 발표하면, 그걸 누가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냐는 거죠. 정부 입장에서 ‘우리는 조사해서 알렸지만, 농민이 많이 심었다’고 알리바이만 만드는 느낌이에요. 사전 조정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란 회의가 들었거든요.
 품목 조직화가 필요하면 현장에서 움직이는 사람을 주체로 원형을 넓혀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농민단체가 모이지 않고 분화되니까 힘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전농이 중심이 되어 품목조직을 만들면 한농연은 안 움직여요. 전농의 색깔이 강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농민 조직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거예요. 특정품목의 10%만 조직화가 되어도 충분한 대표성을 가질 수 있어요. 그런데 그 10%가 모이지 않아요.

> 농민의 농산물 품목 조직화
농민 10%만 모여도 대표성 가질 수 있어
유통업체 중심 조직화 추진해야

조병옥 경남 함안군 산인면 숲안마을 이장 경남 함안에서 벼와 매실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분과위원이며, 전국농민회총 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조병옥 경남 함안군 산인면 숲안마을 이장
경남 함안에서 벼와 매실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분과위원이며,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조병옥 경남 함안군 산인면 숲안마을 이장(이하 조병옥): 해마다 양념채소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데, 농민들이 품목 조직을 결성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농사를 짓는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고, 작목 전환이 굉장히 용이합니다. 올해 양파를 심었지만, 내년에는 감자를 심을 수도 있죠. 자율성이 굉장히 강하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포도로 전환하려면 농약부터 기계까지 작물에 맞춰 다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양념채소는 그런 부담이 없고, 변화가 용이하죠. 그리고 농가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단일 규모로 조직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만약 양파 농가를 전국적으로 조직한다면, 참여하는 농가에는 일정한 인센티브를 주고, 참여하지 않는 농가에는 일정 부분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면 정부도 정책을 펼치기 상당히 용이할 거라고 봅니다.

“정부가 수급 전망을 발표하면, 그걸 누가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냐는 거죠. 정부 입장에서 ‘우리는 조사해서 알렸지만, 농민이 많이 심었다’고 알리바이만 만드는 느낌이에요. 사전 조정제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발표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란 회의가 들었거든요.” (김선아)

강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이하 강용): 1970년대의 정부 정책 자료에도 조직화와 규모화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조직화의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작물들이 전국에서 생산되는데 일시에 품목별로 전부 모여서 조직화를 한다? ‘농민-조직-소비자’ 이런 식의 조직화가 과연 가능한지, 그리고 효율적인지 깊게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요즘은 생산 농가들과 밀착해서 생산관리와 함께 유통까지 맡아주는 건전한 ‘벤더사社’들이 많습니다. 농협이나 벤더사들을 중심으로 중소 단위의 유통조직을 육성하고 그것을 전국 조직으로 만들면 그것이 조직화고 규모화가 아닐지요. 그런데 중간상인이라는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송정환: 외국에서는 시장 접근을 위해 조직화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체로 판매를 하고, 때에 따라 모여서 대항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수급 구조상 조직화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전국 단위로 조직하려고 하고, 하나의 특정 품목을 크게 보려고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거든요. 이미 만들어진 조직, 특히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조직을 잘 활용하고, 단계별로 묶어가면서 큰 조직화를 이뤄내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원영: 제가 하는 일이 조직화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사업을 잘하기 위해서 농민하고 한 식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농민 집에 숟가락은 몇 개인지, 자식이 뭘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요. 그리고 품종이나 면적을 바꿀 때는 반드시 협의 과정을 거칩니다. 농협이든, 기술센터든, 저희와 같은 유통업체든 농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조직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해요. 전 세계에 우리나라 농민만큼 다양한 일을 하는 농민이 또어디 있을까요? 종자 선택부터 포장, 물류, 가공까지 다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인 농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나서야 합니다.

“농협이든, 기술센터든, 유통업체든 농민이 있기에 존재하는 수많은 조직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해요. 전 세계에 우리나라 농민만큼 다양한 일을 하는 농민이 또 어디 있을까요? 종자 선택부터 포장, 물류, 가공까지 다 합니다. 가장 중요한 일인 농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나서야 합니다.”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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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 가격 결정권

농민이 농사지을 수 있는 최소비용 보장되어야
유통업자에 대한 인식 개선 필요

이원영: 농산물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책정된다고 하지만 가격 변동 폭이 너무 커요. 유통업체의 경우 농가와 신뢰를 바탕으로 상한가와 하한가를 협의하여 결정한 후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는 방법은 어떨까요? 하한가라는 건, 농가가 내년에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에요. 예를 들어 사과 10kg에 2만 원 이하로 떨어져서 농민이 농사를 짓기 어려우면, 어떤 일이 있어도 2만 원을 지켜주는 겁니다.

송정환: 농민은 가격 결정권이없어요. 대부분 수탁하기 때문입니다. 가격 결정권이 없는 농민의 입장에서는 농협이 적극적으로 팔아주면서 가격을 높여줘야 하는데, 도매시장 의존도가 의외로 높은 농협은 ‘수급에 따라서 가격이 이렇게 나왔어’라며 도매시장 경매가를 하나의 회피 수단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결국 농산물 가격은 중도매인이나 경매사에 의존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 농산물의 경우 시장 가격 변동이 너무 큰데, 특히 폭등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유통 구조가 다단계 구조라 유통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며 유통업자를 비난하는 겁니다. 소매 단계에 필요한 포장비, 배송비, 인건비 등은 고려하지 않고요.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원영: 좀 심하게 이야기해서 정부에 대한 농민의 시각은 ‘아무것도 하지 마’, 언론에는 ‘아무것도 쓰지마’인 거죠. 언론은 어설피 알면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농산물 가격 폭락 기사가 나면, 생산자나 유통업자나 전부 ‘도둑놈’이 되어버려요. 댓글난에는 ‘중간 유통상들이 폭리를 취해서 우리는 엄청 비싸게 사 먹고 있는데?’, ‘생산자도 똑같다. 현장과 마트 가격이랑 똑같더라’와 같은 글이 달리죠.
 상품에 대한 아무 부연 설명도 없이 단순히 가격만 비교하는 선정적인 기사가 한 번씩 나오면서
어려움을 심화시키는데, 아무도 바로잡아 주지 않아요.
 또 ‘사과 낙과를 팔아주자’ 하는데, 사과는 낙과가 되는 순간 역병이 와요. 손대면 안 되고, 즙도 짜면 안 돼요. 배 낙과? 못 먹어요. 그런데 농협에서 팔아준다고 하잖아요. 소비자들이 어떤 마음을 갖겠어요? 올해 배 맛이 없다고 생각하고, 냉장고에 과일이 있으니 배를 안 사요. 낙과 조금 팔아주다가 전부 박살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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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환경농산물 생산

친환경농산물 생산 농가의 어려움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안 공포

이선화: 친환경농산물 가격을 정상적으로 올려주면 좋겠어요. 벼는 40kg 기준으로 1000원, 2000원밖에 차이가 안 나요. 그러면 농민들은 생산량을 2배 올려주는 농약을 치고 싶어하지, 친환경농업을 하고 싶겠냐는 거예요. 친환경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면, 역으로 생산량이 줄겠죠. 그러면 소비자들도 ‘친환경농산물의 생산량이 주니까 가격이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할 거고요. 그런데 지금은 ‘너희가 친환경 인증을 제대로 하고 있냐’ 의심부터 하시거든요. 소비자단체에서도 ‘농약 안 친농산물만 인증기관에 보내는 것 아니냐’고 하고요. 제대로 친환경농사 짓는 분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보는거죠. 그러니까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친환경을 포기하게 되는 거예요.

강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영농조합법인 학사농장 대표이사. 인간과 자연이 함께 건강한 농업을 구현하는 세상을 꿈꾼다.
강용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 영농조합법인 학사농장 대표이사. 인간과 자연이 함께 건강한 농업을 구현하는 세상을 꿈꾼다.

강용: 인류가 농약을 사용한 지 거의 100년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지금 친환경농업을 하더라도 잔류나비산 등 불가피하게 농약이 검출될 수도 있는데, 2~3년 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유럽의 절반 수준이고,미국은 농약 검사를 안 해서 최근 자료는 없지만, 과거의 자료와 비교해보면 미국의 1/4 수준입니다. 우리가 제일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마치 우리 농민들이 사기 친 것처럼 생각하죠. 미국과 유럽에서는 농약이 있는지 없는지 결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 과정이 친환경적이었는지를 인증합니다. 그래서 ‘농약이 나와도 괜찮다’고 말합니다. 실제 2002년경 조사에서 유기농의 23%,일반농산물의 73%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는데 미국의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주류 언론사들은 ‘이래서 유기농을 먹어야 한다’라고 했고요. 그런데 우리는 항공에서 방제하든, 몇십 년 전의 농약이 토양에서 나왔든, 농민이 전부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친환경이 성장을 할 수 없던 거예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나 국제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같은 단체에서는 친환경농업을 생태와 환경을 지키는 과정으로 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농산물에 농약 있냐, 없냐’만 따지잖아요. 지난 8월 27일에 ‘친환경농어업법’ 개정안이 공포되었습니다. 개정안에서는 친환경농어업의 정의를 “생물의 다양성 증진, 토양에서의 생물적 순환과 활동 촉진, 농어업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전하기 위하여 건강한 환경에서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규정했습니다. 기존의 정의가 ‘안전한 농수산물을 생산하는 산업’으로 생산한 결과물을 우선으로 삼았다면, 개정안에는 ‘건강한 농업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으로 바뀌었죠. 친환경농사를 짓기 좋은 환경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신수경: 농산물 수급과 관련해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주셨는데요. 농산물 과잉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지 않도록, 농민과 함께하는 현실적인 수급 대책이 필요하고, 그 정책을 실제로 어떻게 실현하는가, 현장의 사정을 제대로 알리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서는 아이 봐줄 곳이 없어 우리 할머니 때처럼 아이를 업고 호미질을 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위해 ‘청년들 돌아와라, 돌아와라’하고 있지만, 이러다 청년농업인이 3년도 못 버티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있는 집토끼 잘 지키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농촌에 사는 친구들이 잘 버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선화)

> 청년농업인과 스마트팜
청년에게 와닿지 않는 농업정책
청년농업인 스마트팜 정책의 허와 실

신수경: 요즘 굉장히 뜨거운 또 다른 이슈가 청년농업인 정책과 스마트팜 육성사업입니다. 청년 농업인들은 지금의 농업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이선화 지내들영농조합 사무장 전남 영광에서 보리, 홍미 등 친환경 잡곡을 재배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감사이자, 청년농업인연합회 정회원이다.
이선화 지내들영농조합 사무장
전남 영광에서 보리, 홍미 등 친환경 잡곡을 재배하는 마을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감사이자, 청년농업인연합회 정회원이다.

이선화: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 게 보이는데, 농업인의 복지는 60년 전과 달라진 게 없어요. 육아 문제만 보더라도, 농촌에서는 아이 봐줄 곳이 없어 우리 할머니 때처럼 아이를 업고 호미질을 하러 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산부인과, 어린이집 하나 없는 이곳에 어떻게 청년을 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인구 유입을 위해 ‘청년들 돌아와라, 돌아라’하고 있지만, 이러다 청년농업인이 3년도 못 버티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있는 집토끼 잘 지키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농촌에 사는 친구들이 잘 버틸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청년창업의 경험자로서 청년들에게 지금처럼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대단히 위험한 것을 청년에게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청년에게 먼저 필요한 건 창업보다 경험입니다. 그리고 농촌에서 살아야 할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단순한 소득만인지, 아니면 문화와 복지 등 인지 잘 따져야 합니다.” (강용)

조병옥: 정부가 청년농업인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쳐왔지만, 청년들이 피부로 못 느끼고 있습니다. 경상남도 농정국에 “청년농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스마트팜밸리를 통해서 청년농을 육성하겠다”고 답합니다. 그렇다면 역으로, 스마트팜밸리가 아니면 청년농을 위한 큰 사업이 없다는 겁니다. 청년농업인을 위한 확실한 대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현재의 농업 구조에서는 자본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무작정 촌에 내려와서 농사를 지으면 안 된다고 봅니다. 망합니다.

이선화: 맞습니다. 저희에게 빚쟁이가 되라는 이야기입니다.

조병옥: 그게 핵심입니다. 5년 동안 스마트팜밸리에서 열심히 배우면 그 기술로 하우스를 지어야 하는데, 평당 100만 원씩 하는 하우스를 무슨 돈으로 짓습니까. 설령 몇십억 원을 융자 내서 건물을 짓는다고 하더라도, 농사지어서 갚을 수 있냐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는 불가능합니다.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부국장 1995년 한국농어민신문에 입사해 편집부, 국제부, 전국 사회부, 기획부 등을 거쳐 현재 농업부 부국장을 맡고 있다.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부국장
1995년 한국농어민신문에 입사해 편집부, 국제부, 전국사회부, 기획부 등을 거쳐 현재 농업부 부국장을 맡고 있다.

김선아: 문재인 정부에서 스마트팜혁신밸리가 청년창업 생태계 육성과 맞물리면서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사업’이 공모부터 선정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어요. 2018년 8월에 선발된 1기 교육생의 경우 2개월 동안 입문 교육을 받고, 6개월간 현장실습을 거쳐, 1년 동안 임대농장에서 자기 주도형 영농활동을 하는 것으로 계획이 짜여졌어요. 그런데 실제로는 부지 확보 등의 문제로 임대농장 조성이 늦어지면서 상당수 교육생들이 중도 포기하거나, 아무런 소득 없이 대기중인 상황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올해 2기로 104명을 또 뽑았어요. 이들은 김제와 상주의 스마트팜혁신밸리에 입주할 예정인데, 아직 두 곳 모두 착공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정부가 2022년까지 500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부를 믿고 농업에 도전한 청년들이 졸속행정의 희생양이 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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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업인 육성 정책
청년에게 와닿지 않는 농업정책
청년의 목소리, 정책에 반영해야

강용: 청년창업의 경험자로서 청년들에게 지금처럼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국가가 대단히 위험한 것을 청년에게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청년에게 먼저 필요한 건 창업보다 경험입니다. 그리고 농촌에서 살아야 할 청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단순한 소득만인지, 아니면 문화와 복지 등 인지 잘 따져야 합니다. 그런데 국가는 인구가 적어 효율성이 떨어지니 농촌복지에 투자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결국 농촌 마을이 하나씩 없어집니다. 농촌 복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김선아: 농식품부가 청년과 스마트팜을 연결시키는 논리를 보면 ‘요즘 젊은 친구들은 힘든 일을 싫어한다, 그들을 농촌으로 유입하려면 농사를 편하게 지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ICT에 기반해 농작업을 자동화, 원격화하면 농작업이 쉽고, 청년층의 농업·농촌 유입이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 스마트팜에 농업의 미래가 있고, 스마트팜을 통해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홍보를 합니다.

이선화: 농촌에 들어오고 싶은 청년에게 물어보고 만든 정책인지 궁금해요. 지금 농촌에 오는 사람들은 농업에 뜻이 있고,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요. 자신이 어렸을 때 자랐던 환경이 너무 좋아서 오기도 하고, 도시가 싫어서 내려온 친구들도 물론 있어요. 청년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만든 정책에 우리를 끼워 넣으려고 하는 거로 보여요.

이원영: 지난해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청년, 농업농촌 정책파티: 100인의 식탁’을 정리한 자료를 본 적이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니까 다수가 경험하지 못한 내용까지 다 들어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교집합을 구하면 우선순위가 생기지 않을까요. 청년농업인 정책의 가장 중요한 대상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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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
농민이 농민답게 살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분위기 형성해야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26년째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공유하며 농민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일에 힘쓰고 있다.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26년째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공유하며 농민의 자부심을 드높이는 일에 힘쓰고 있다.

신수경: 지금까지 농산물 수급 정책과 친환경농업, 스마트팜과 청년농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했는데요.

강용: 농업과 농촌을 구분해서 정책 방향을 설정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농촌과 관련해서는 농민뿐 아니라 농촌에 사는 모든 사람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요. 농업에서는 생산 구조조정을 통해 농민의 실질적인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불금도 중요하지만, 생산 소득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김선아: 현 정부 들어 농정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지만 여전히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느낌입니다. 한편에선 공익형직불제를 이야기하면서, 한편에선 스마트팜이 미래라고 하는 것도 뭔가 엇박자인 것 같고요. 정부가 지방소멸을 정말 위험으로 인식한다면 농업소득이 1000만 원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어떻게 농민들이 농촌에 남아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고민해야죠. 최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농민수당이나 공익형직불제는 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시장에서 상품화되지 않아 보상받지못한 농업·농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우리 사회가 그에 대해 마땅히 보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영: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농사는 너무나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이 가능하게 하려면 지금보다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겠다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계속해서 강조한 부분이기도 한데, 농업은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대단히 큰 편차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업체와 거래하는 토마토 농가들의 평균 매출은 5800만 원입니다. 그렇지만 평균보다 못한 사람도 있고, 1~2억을 버는 사람도 있지요. 밖에서 단순하게 평균만 놓고 봤을 때, 모든 토마토 농가의 수익이 직장인 수준과 비슷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정책을 만들 때는 더욱더 세밀하게 검증해야 합니다. 양장점에서 옷을 맞춰 입듯이, 우리의 농업정책이 ‘맞춤 농정’으로 변화하면 좋겠습니다.

송정환: 큰 키워드가 나오고, 그 키워드가 방향성을 가지면 대체로 그 방향으로 나아가더라고요. 농업의 미래산업화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도, 지속 가능성이나 친환경과 같은 키워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가 있을 거라고 보고요. 농업의 이미지를 바꾸려면 농업계 내외부에서 긍정적인 바람을 이끌어야 합니다. 이미지 개선 작업을 위해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선화: 정부에서 6차 산업을 육성하고 강조하는데, 농민, 특히 소농 입장에서는 6차 산업이 어려운 일이에요. 농사도 짓고, 가공도 하고, 강의도 하고, 체험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요. 이제는 농민으로서 1차 생산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농민은 농민, 유통은 유통, 소비자는 소비자 본연의 역할만 해도 농업의 구조가 순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병옥: 소품종 대량 생산 체계가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로 바뀌면서 사회 구조가 완전히 개편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농업의 전문가나 농민까지 아직도 속도, 경쟁, 대량 생산, 대량 판매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농업계의 많은 전문가, 그리고 농민 또한 자조적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농산물 안전성을 묻습니다. 우리 농민들이 소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신뢰하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체제 개선을 함께해나가야 한다 싶습니다.

신수경: 오늘 모인 참석자분들께서 ‘농업·농촌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큰 전제하에서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정리해주셨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농업·농촌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또 각각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산농촌문화」도 이 이야기를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리·사진 이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