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강병규
20년 전 메밀꽃 촬영 여행의 추억을 더듬으며 메밀밭을 찾아 나섰다. 강원 평창군 봉평면은 아름다운 문화경관으로 해마다 많은 방문객이 찾아드는 활기 넘치는 곳이다. 기나긴 장마로 메밀 작황이 좋지 않다며 주민들이 하소연했지만, 소담스럽게 핀 메밀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추석 끝자락에 다녀온 전북 고창군에는 청보리밭 축제로 유명한 농장이 있다. 봄에는 청보리를 재배하고, 여름에는 해바라기를 키운다. 초가을에는 온 들판에 메밀꽃이 흐드러진다. 그때마다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농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면 새로운 가치가 보인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문화경관, 사람들의 친환경 쉼터를 만드는 것도 농업이다. 농민의 손길이 닿은 아름다운 메밀밭을 보고 있으니 우리 농업, 농촌에 관한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하얀 도화지를 만난 것 같았다.
필자 강병규: 지리산구절초영농조합법인 대표, 남원시사회적경제협의회장.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필름에 담는 사진작가이자, 2005년부터 지리산에 터를 잡고 소나무 숲에 구절초를 가꾸는 농부이다. 저서로 《지리산 감성여행》(2018, 책나무), 《행복한 걷기여행 지리산둘레길》(2012, 터치아트, 황소영 공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