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유기농업의 현실

전 지구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기후 변화와 에너지·환경 위기를 극복하고, 먹거리 위기에 직면한 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되살려왔던 친환경 농업 운동이 주춤하고 있다. 그동안 안전한 식품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소비, 농민들의 땅과 물을 살리려는 실천과 정부 및 지방 자치 단체의 지원 등 소위 삼박자가 잘 맞아 나가던 친환경 농업이 어느 순간부터 위기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몇 년째 참여하는 농민들이 줄고 재배 면적도 감소하고 있다. 2009년 이래 4년째 내리막길이다.
또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위반 사례가 매년 5천 건 이상 늘어나면서 신뢰도도 계속 추락하고 있다. 작년에는 공무원들이 영농 일지를 대신 작성하고 중개인들이 소개비나 농자재 보조금 등을 노리고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과 결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여기에 연관된 농민들과 인증기관 대표와 공무원들이 구속되는 일도 있었다. 일부 사이비 친환경 장사꾼들의 일탈과 범법 행위도 문제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허술한 친환경 인증제도와 규정이 더 큰 문제이다.
설상가상으로 친환경 농업을 왜곡하고 폄하, 훼손하려는 조짐들이 보여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농민들과 소비자들로부터 심각한 우려와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개선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법과 제도를 계속 바꾸어 왔다. 그동안 농산물 따로 식품 따로 관리해왔던 친환경 농식품인증제도를 통합하고 일원화하여 체계화시킨 ‘친환경 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6월에 시행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14번째 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인증기관이 중대한 규정 위반 시 인증기관 지정 취소 및 형사처벌 등 강력한 조치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친환경 농업의 발전은 결코 법이나 처벌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친환경 농업은 농민, 인증기관, 정책 담당자, 그리고 소비자 등 이해 관계자 모두가 조화롭고 유기적으로 어우러지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친환경 농업 생태계 구성원 가운데 누구라도 가치와 목적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전체 시스템은 불안하고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농업은 생산자인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농민과 소비자의 생각과 행동이 서로 교감되어야만 제대로 실천이 가능한 농업이기 때문이다.

유기농 중심으로 친환경 농업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농업과 환경을 조화시켜 농업의 생산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농업 형태로 친환경 농업을 정하고, 농업 생산의 경제성 확보, 환경보전 및 농산물의 안전성 등 3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투입하는 자재들의 종류나 양을 기준으로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의 3단계로 구분해 왔는데 제일 높은 단계가 유기농업이다. 어쩌면 일체의 농약과 비료 등 합성화학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유기농업 Organic Agriculture’은 친환경 농업이 도달해야 할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최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잘 모르는 소비자들은 저농약 농산물을 유기 농산물과 비슷하다고 여기고 구매하고 무농약이 유기농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원해서 하나로 통합된 (국새)모양 인증 마크가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에 혼동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저농약’이란 농약과 비료를 주었다는 것을 말하고 ‘무농약’이란 화학비료를 주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인데 다른 나라에서는 저농약이나, 무농약 인증이 거의 없다. 이제는 유기농 중심의 친환경 농업으로 질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현장 확인 없이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인증시스템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친환경 인증이 2001년부터 시작되었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인증 심사 방법이 크게 달랐다. 농사의 과정은 무시하고 실험실에서 나온 결과만으로 판별한다. 이에 비해 선진국은 인증을 위한 심사에서 실험실 분석을 하지 않는다. 분석은 단속의 도구로만 드물게 쓰일 뿐, 유기농인지 아닌지 판가름하는 도구로 쓰이지 않는다. 이미 분석에 의존한 인증이 아니라 시스템(농가의 운영방식과 생산자의 자질, 물리적인 환경 등 농업생산 시스템) 인증으로 자리 잡았다.
심사위원은 논, 밭, 목장을 찾아가 직접 흙을 만져 보고 작물과 동물의 상태를 관찰한다.
이에 비해 우리는 농산물이 어떤 방식으로 재배되고 있는지 현장을 찾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샘플 검사를 한 뒤 유기농 인증을 내주고 있다. 유기농의 가치는 실험실에서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친환경 농산물의 인증을 결정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이 잔류 농약 검사인데, 모든 농산물에 대해 조사가 불가능하며 또한 제대로 농민들이 인증기준에 맞게 생산하더라도 근처 농경지에서 농약이 퍼지거나 농업용수 범람, 유입, 토양 속 잔류, 검사 계측기의 정밀도 향상 등으로 잔류 농약이 검출되어 인증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약 잔류 검사의 경우도 지금까지 개발된 농약의 성분은 800여 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식약처에 등록된 잔류 허용기준은 439가지 성분이다. 그런데 최신의 분석 장비를 갖추더라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는 최대한의 농약 성분은 현재 245여 종이다. 분석의 한계를 악용해 검출되지 않는 농약 성분을 사용하여 만든 농자재로 인증 취소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인증 기준에서는 인증 심사나 사후 관리시 작물체(농산물) 위주로 분석을 하고, 토양에 대한 잔류 농약 검사를 자주 하지 않고 있다.
수질 검사와 토양중금속검사의 경우도 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수질 검사의 경우 농업용수 이상의 수질을 요구하고 있고, 토양도 토양오염 우려 기준보다 양호한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질과 토양의 기준은 관행 농업의 기준으로서 기준 미달의 검사 성적이 나왔다면 관행 농업도 할 수 없는 악조건의 땅이라는 얘기다. 농민들이 불가항력적인 요소인 수질 기준에 대해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하나로 통합된 인증마크
하나로 통합된 인증마크

정부는 인증기관의 관리와 감독에 집중해야
현재의 민간인증기관 난립은 정부 정책 및 관리의 허술한 측면에서 기인한다. 외국(독일)보다 3배나 많은 78개소의 민간인증기관이 존재하는데, 그동안 정부는 민간인증기관을 장려해 왔다. 정부나 지자체의 농자재 지원 등 보조금 지원 정책이 인증기관이 결합되면서 문제들이 발생했고, 현재의 인증수수료와 관리 수수료가 낮아 민간인증기관들은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엮여 민간인증기관에 의한 부실인증 문제와 보조금 횡령이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부실인증기관 관리 대책의 일환으로 인증 업무의 민간 이양을 늦추거나 독립인증기관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데, 담당 인력 및 예산의 부족으로 정부가 인증 업무를 총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관련 업무의 민간 이양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며, 정부는 인증 업무가 아닌 인증기관의 관리 감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또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정부가 2007년부터 실시한 유기농업 자재 목록공시제(효능 검증없이 유기농산물 생산 시 사용 가능성만 검토하여 목록으로 공시)와 효능이 우수한 유기농 자재 제품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품질인증제를 2011년 9월부터 실시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은 농자재를 될 수 있는 대로 사용하지 않고 흙(땅)을 살려 농사를 짓는 저 투입 순환
농업인데 제도가 정착하면 친환경 농산물은 꼭 목록공시제품이든 품질인증품만 써야 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어 고비용이 될 수 있고 농자재를 사용하는 농업으로 전락될 수 있다. 또한, 최근 유기농업 자재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어 해당 자재를 사용한 농가의 인증이 취소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리가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유기가공 식품과 관련하여 GMO ‘불검출’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미
국의 경우 일반식품과 유기가공식품 구분 없이 GMO의 비의도적 혼입치를 규정하
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내 친환경 농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
라가 수출하는 것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을 보면 국내 유기농
업 및 가공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 유기가공은 GMO 불검출, 미국과 달라
유기 농산물 수입은 국내 유기 농산물 출하량의 10% 내외의 물량이 수입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 수입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한중 FTA 협상이 추진되면 유기농업도 상당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기가공 식품은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고 대부분 유기가공 식품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올해 1월 1일부터 수입 유기가공식품에 대해서도 국내법에 의해 인증을 받아야만 유기 식품으로 표시하여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바 정부는 미국 등 수출국의 표시제의 연장 요구에 법적 근거 없이 6월 말까지 인증제 계도기간을 설정하고 미국을 비롯한 5개국과 유기가공 식품 상호 동등성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동등성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협정을 맺으면 우리나라에서 별도의 인증 절차가 없어도 인증을 받은 것으로 간주하여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제도인데 ‘유기’가공식품으로 표시하여 유통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인증제에 따라 인증을 받거나, 동등성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기가공 식품과 관련하여 GMO ‘불검출’을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의 경우 일반식품과 유기가공식품 구분 없이 GMO의 비의도적 혼입치를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내 친환경 농업계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것보다는 수입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을 보면 국내 유기농업 및 가공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국내산 친환경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이용하는 친환경 유기가공 식품산업 정책을 서둘러 수립, 실시해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업 정책 중심으로 농정이 변해야
먼저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식량 자급률 향상을 위해 생태순환형 유기농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근본적인 농정 기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농업 정책을 친환경 유기농업 정책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위해 친환경 농업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등 친환경 농업 육성에 대한 정책적 의지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친환경 농업 육성 예산의 60%가 친환경 농자재 지원 예산인데, 이는 친환경 농업의 정부 의존적 관행화, 분절된 산업 구조화, 고비용화, 고 투입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기농업의 핵심은 저비용·저 투입 생산 방식 도입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와 경종-축산의 지역 순환형 체계의 마련에 있으며, 이를 위해선 지역 내부에서 생산 가능한 퇴비 등의 농자재는 마을 및 개인 단위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농자재 지원 중심의 정책을 직접지불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장기적으로 기본소득 개념의 농가단위 직접 지불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2016년부터 폐지되는 저농약 인증에 대비하기 위해 저농약 인증 농가의 무농약·유기재배 이행을 위한 기술 보급 및 지원이 절실하다. 결국 친환경 농업을 제대로 하려면 친환경 농업 정책에 임하는 농정당국의 자세와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또한, 친환경·유기농업이 우리 농업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농민들의 생각과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면 흙과 물과 공기, 우리 삶의 터전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을 농민과 소비자 모두가 공감해야 한다. 우리 농촌 환경을 살려 나가는 것이 친환경 유기농업이고 이 일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때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진실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친환경 유기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기농업에 대한 철저한 원칙이 필요하다. 그것은 유기적 자재를 사용한다는 것, 오염 물질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화학적 기준, 행동과 윤리적 원칙뿐만 아니라 원칙적 개념 도입도 필요하다.
유기농업의 기본개념은 순환이다. 유기 축산을 통한 퇴비를 포장에 투입하고 생산한 작물을 가축의 사료로 이용함으로써 순환식 생산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소비자와 순환적 관계가 유지됨으로써 지속 가능한 경제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체계를 이루게 됨으로써 농촌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순환적 개념을 현실화하는 데는 기업농보다는 가족농이 유리하다. 유기농업을 좀 더 원칙적으로 실천할 수 있고, 도시와 농촌 간 교류를 촉진하여 직거래를 통한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가족농 방식의 유기농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7※필자 최동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 환경을 지키는 유기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정책적 발전을 이끌고, 다양한 토론회와 세미나 등에 참석하여 친환경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