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꾸다

뉴질랜드여성농업인회(RWNZ) 
26189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한 나라 뉴질랜드. 그 이름에 걸맞게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크다.
뉴질랜드의 농촌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단체가 중 하나인 ‘뉴질랜드 여성농업인회(Rural Women New Zealand)’의 활동을 살펴 보고자 한다.
뉴질랜드 여성 농업인회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여성농업인 단체로 8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데, 전신은 Women’s Division Federated Farmers of NZ (Inc)이다. 1925년, 뉴질랜드 농민 연맹(현 Federated Farmers NZ)의 최초 모임을 결성한 농부들은 모임에 자신의 아내를 동반했다. 이 때 만난 16명의 부인들이 수도인 웰링턴에서 그들의 남편들과는 별개로 모여 농촌 사회의 복지와 생활개선을 위한 모임을 결성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뉴질랜드 여성농업인회(이하 여성농업인회)는 주로 농촌 여성들을 위한 복지 사업을 펼쳐왔으며 농촌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농촌지역개발, 지역사회 모임, 네트워킹, 교육 및 복지 강화 그리고 잡지 발행 등의 활동을 한다.
여성농업인회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홈케어’사업이다. 이 사업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이 병이 나거나 다치는 경우 농민단체에서 지원해주던 ‘가정보조원/간호사’ 업무가 발달한 형태로, 현재 약 3,000여 명의 전문 간호사/가정보조원들이 전국적으로 농촌지역에 거주하고있는 14,000여 명 이상을 보살펴 주고있다.

지난 5월, 뉴질랜드 여성농업인회와 한국 여성농업인과의 교류가 지역 신문에 실렸다.
지난 5월, 뉴질랜드 여성농업인회와 한국 여성농업인과의 교류가 지역 신문에 실렸다.

16명의 여성농업인이 시작한 농촌복지사업
뉴질랜드 여성 농업인회와 액세스사의 80년간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1925년 최초의 모임을 결성한 16명의 여성농업인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 농촌 복지향상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하게 된다. 모두가 적극 인식하고 앞장선 것은 아니었지만 적극적인 여성농업인들이 그들의 생각을 실천에 옮기면서 뉴질랜드 전국 단위에서 회원들이 생겨나고 일부 지부가 세워졌다.
총무를 맡았던 잭슨 부인은 1년 동안 농촌여성들에게 총 2,000통의 편지를 써서 1926년 최초로 공식 모임을 마련했고, 수백 명이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여 오아쿠라 (북섬 서부지역) 지역에 최초의 지부가 만들어졌다. 잭슨 부인과 같은 여성의 활약으로, 현재 여성농업인회는 회비를 납부하는 전체 회원 수가 3,500여 명에 이르며, 전국에 300개 이상의 지부를 갖고 있다.

농촌여성을 보듬는 ‘가정보조원’제도
이러한 여성농업인회의 태동과 더불어 이들에게 가장 시급했던 과제는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조직이나 단체를 통해 몸이 아프거나 집을 떠나있어야 하는 농촌여성들을 확실하게 돕는 것이었다. 여성농업인회는 농촌 여성을 위한 ‘응급보조기획안’(Women’s Division Emergency
Housekeeping Scheme)을 마련하고, 1927년 4월부터 신문지상과 각종 매체를 통해 가정일을 돌볼 수 있는 여성 가정보조원(housekeeper)과 산후조리 및 수술 등 의료서비스 자격을 지닌 농촌지역 여성 간호사(bush nurse) 모집 광고를 냈다.
1929년, 그리고 이들 가정보조원과 간호사의 급여 보조를 위해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공동모금회’(Community Chest)를 설립했다.
초기의 가정보조원과 간호사 인력은 극히 적었다. 특히, 이들의 자격 요건이 일정하지 않고, 특
히 간호사(bush nurse)들은 (정식 간호사 자격이 없이) 민간 요법으로 환자들을 치료하거나 돌보는 수준이었다. 이렇게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여성농업인회의 홈케어 서비스는 점차 알려졌고, 1937년 정부의 ‘가정 의료 규정 (Domestic Service Regulations)’하에서 발전된 형태를 갖추게 된다. 당시 정부는 농촌지역에 발전된 시설의 마을 의원(cottage hospital) 수를 늘리고 정식 간호사들을 배치하여 과거 활동하던 무자격 간호사(bush nurse)들의 수요를 줄이고자 하였지만, 오히려 농촌 지역 가정의 홈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층은 계속 늘었다.

여성농업인회가 일으킨 홈케어 서비스는 계속적인 발전을 해왔으며 1990년대에는 정부의 구조조정법령을 통해 재정비되었다. 1999년 뉴질랜드 여성 농업인회는 이들의 정식 명칭을 현재와 같이 ‘Rural Women New Zealand’로 변경하였으며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홈케어사인 ‘액세스
(Access Homehealth)’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현재 액세스 사는 뉴질랜드 보건부, 지역 보건
국 그리고 재해보상공사(ACC: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와 계약을 맺고 3,000여 명의 직원이 뉴질랜드 전역에서 질병 및 사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 혹은 장애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표 1은 뉴질랜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홈케어 서비스사업을 비교 정리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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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보다 빠른 농촌 홈케어 서비스, 농민의 마음을 잡다
현재 액세스사의 운영 이사진은 지역사회와 사업 경험이 많은 여성농업인회 회원 대표, 독립적으로 임명된 사외 전문 경영인을 포함하여 총 8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은 이사진의 구성은 액세스사의 ‘사업운영’과 ‘농촌보건’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하는 중요한 기틀이 된다. 여성농업인들의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전문가들의 사업운영기술이 만나 다양한 서비스를 원하는 농업인들에게 진정한 ‘봉사’의 정신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 서술된 이사진 외에 액세스사를 구성하고 있는 3,000여 명의 직원들은 총 8개 그룹으로 계층화되어 있다. 이들 8개 그룹에 속하는 직원들은 뉴질랜드에서 각 분야별로 최고의 숙련된 액세스사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을 지닌다. 특히 대부분 지역 직원들은 자격증이 있는 정식 간호사들이며, 가정 보조원 (support workers)들은 국가인증기관의 정식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액세스사는 1990년 이후 ‘아미다’(Amida Training Limited; http://www.amida.co.nz) 라고 불리는 자체의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국가가 인정하는 ‘가정 보조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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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회사, 정부의 협력으로 농촌 삶의 질을 높이다
액세스사를 통해 농촌지역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지원받고 있는 지에 대해 액세스사 홈케어 서비스 모델 (그림 1)을 근거로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서비스 신청인이 개인의 가정 상황을 포함한 구체적인 본인의 서비스 요청 내용을 액세스사를 통해 접수하면 액세스사는 이를 검토한 후 협력관계에 있는 보건당국에 서비스 승인 요청을 하게 된다. 서비스 진행에 대한 승인을 받게 되면 서비스 지원 범위, 내용에 대한 및 계획을 세우고 이를 담당할 특정 직원(Case Manager)을 임명하게 된다. 담당 직원은 서비스 계획에 따라 소비자에게 적합한 가정보조원 및 간호사와 의료진을 배치하게 된다. 서비스가 진행되면 그 중간과 최종 결과를 모니터링하여 액세스사 협력자인 보건당국에 보고하여야 하며, 소비자의 경과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 승인을 요청을 하거나 서비스 지원을 종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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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액세스사는 정부 협력기관인 보건부 (Ministry of Health) 및 15개 지역 보건국 (District of Health Board)과 연결되어 있으며 재해보상공사(ACC)에서 승인된 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액세스사의 서비스 수혜자들은 65세 이상의 노인, 장애인, 사고 혹은 외상 이후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질병이나 오랜 병원생활에서 벗어나 회복단계에 있는 사람, 오랜 지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 및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서비스 대상자들에게 액세스 사는 자격증이 있는 숙련된 가정보조원 (support workers) 및 지역 간호사(community nurses)들을 파견하여 개인들이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면, 가정보조원은 거동이 어려운 사람을 침대에 눕히거나 일으키는 일, 집안 청소, 요리, 옷을 입히거나 목욕을 시켜주거나 용변 보는 것을 도와주는 일 등 일종의 간병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여성농업인회가 발간하는 소식지
여성농업인회가 발간하는 소식지
지진복구기금 등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 한 행사를 개최한다.
지진복구기금 등 자선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전문 간호사는 상처 치료, 처방전 및 진료 관리, 수술이나 질병에 의한 병원생활에서 퇴원 후 완전한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및 사회복지사 등이 서비스요청 대상자들을 위한 별도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액세스사의 서비스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은 정부(보건부, 지역 보건국, 재해보상공사 (ACC) 등) 기관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복지 혜택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개인이 서비스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농촌복지, 여성농업인들이 주도한다
뉴질랜드 여성농업인들이 농촌복지를 향한 일념으로 시작한 액세스 홈케어 사의 역사와 발전 현황을 통해서 뉴질랜드 농업인들, 특히 여성 농업인들의 의지와 그들이 지향하고 있는 가치를 되새겨 볼 만하다.
액세스 홈케어 사업은 80년이 지난 현재 사업 규모가 커지고 서비스 제공 모델이 발전해왔으나 1920년대 여성농업인이었던 창시자들의 가치는 변함없이 남아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은 공평한 의료 및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신념이다. 액세스사의 모든 직원 그리고 뉴질랜드 여성농업인회 회원들은 1920년대 자원봉사를 했던 농촌지역 간호사(bushnurses)들의 이와 같은 숭고한 정신을 한결같이 지켜내고자 한다.
뉴질랜드 여성농업인회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따뜻한 리더십으로 농업인들을 보듬고, 농촌 삶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가꾸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We believe, just as the bush nurses believed in the 1920s, that all people have a right to
access quality home care and support services.

※필자 김태훈: 농학박사,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거주, 뉴질랜드농업연구소(NOV08)를 운영한다. 뉴질랜드와 한국의 농업교류협력에 힘쓰고 있다. 홈페이지 www.nov08.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