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딸기로 희망을 잡습니다”

이병호 알찬딸기수출영농조합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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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수곡면에 들어서면
넘실대는 너울처럼 이어져있는 하얀 비닐하우스들을 볼 수 있다. 이곳 하우스에서 나는 것은 대부분 딸기. 11월에서 이듬해 5월까지 탐스럽고 맛있는 딸기가 나온다. 알찬딸기수출영농조합 이병호 대표(51)는 딸기농사를 지으면서 조합의 유통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영농조합법인 회원들이 생산한 딸기를 수거해 포장하여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수출을 하고 또 유명 제과업체에 납품하기도한다. 연간 500톤의 딸기가 이곳을 통해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닿는다.

낙향과 귀농사이
농촌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며 자랐고, 그런 농촌이 싫어 떠났던 이병호 씨가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것은 10여 년 전. 공장자동화설비공장을 운영하는 CEO였던 그는 IMF 때 연쇄부도를 맞고 ‘아무것도 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어머니가 농사짓던 딸기밭에서 딸기를 키웠다. 첫 해 수확은 대풍이었다. 발디딜 틈없이 가득찬 딸기바구니를 보며 이병호 씨는 절망 끝에 매달린 ‘희망’이란 녀석의 손짓을 보았다. “마치 딸기에 홀린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하는 그는 그렇게 딸기향에 취해 세월을 보냈다.

매향에 대한 확신과 고집으로 재배 노하우을 축적해 조합원 모두가‘매향’으로 품종 을 바꾸었다.
매향에 대한 확신과 고집으로 재배 노하우을 축적해 조합원 모두가‘매향’으로 품종을 바꾸었다.
우리 딸기‘매향’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 동남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우리 딸기‘매향’은 싱가포르나 홍콩 등 동남아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까다로운 우리딸기 ‘매향’
도시 사람들은 ‘딸기’는 그냥 딸기인 줄 알지만 딸기들도 각기 특성에 따라 이름을 가진다. 우리 농민들이 주로 재배해온 딸기는 육보나 장희라는 이름의 일본산이었다. 2002년 논산딸기시험장 김태일 박사가 ‘매향’을 개발하면서 국산딸기 보급에 박차를 가했고 그 이후에 설향, 만향 등 우리의 풍토와 재배환경에 맞는 딸기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이병호 씨가 선택한 품종은 ‘매향’이다.
매향은 향이 좋고 당도도 높을 뿐 아니라 경도가 좋아 내수와 수출에 모두 좋은 품종이다. 다만 재배방법이 까다롭기로 소문나 농민들이 내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희 품종으로 일본수출을 했는데 바이어에게 매향을 보여줬더니 무척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데 (재배가) 잘 안되더라구요. 겨울에 재배를 하는데 기형이 많이 나왔어요. 왜 그런지를 모르고 2~3년을 했는데, 원인은 온도였죠. 가온을 해주니 수량도 늘고 모양도 잘 나왔어요.”
초창기, 매향은 까다로운 재배환경 때문에 기존 품종에 비해 수량이 적어 수익이 형편없었지만 그는 조합원들에게 의무적으로 한 동 이상 매향을 재배하게 했다. 식부 면적을 제대로 지킨 사람의 것만 공동출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때문에 뜻이 맞지 않았던 조합원들은 빠져나갔다. 그렇게 10년. 처음 20~30명으로 시작한 영농조합에 지금 남아있는 사람은 15명 남짓이다. 까다로운 매향 생산 기술의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이젠 조합원 모두 매향으로 품종을 바꾸었다.
영농조합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무엇보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맞아야한다는 그는 지금이 알찬딸기수출영농조합의 최상의 컨디션이라 생각한다.

농민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문제. 젊은 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느끼는 방법을 이병호 씨는 찾고 있다.
농민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문제. 젊은 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느끼는 방법을 이병호 씨는 찾고 있다.
매향은 향도 좋고 당도도 높을 뿐아니라 경도가 좋아 수출에 좋은 우리 딸기다.
매향은 향도 좋고 당도도 높을 뿐아니라 경도가 좋아 수출에 좋은 우리 딸기다.

젊은이가 미래다
이병호 씨는 아침이면 11인승 승합차 3대로 선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출근시킨다. 지역 내에 인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낸 궁여지책이다. 그렇게 시내를 돌고 선별장에 도착하면 1시간 30분이 걸린다. 이렇게 60여명의 아주머니 인력들에 의지하여 일일이 손작업을 한다. 딸기의 특성상 자동선별은 거의 어렵기 때문에 한사람의 손이 아쉽다. 요즘 같이 수출 주문이 밀릴 때는 새벽 1시까지 작업하는 날도 부지기수다.
농촌현실에 가장 시급한 문제하면 열 명 중 아홉은 노동력이라 말한다. 젊은 영농인이 많다는 이곳 수곡면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다.
“현재 수곡면에는 딸기재배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사람이 부족해 규모를 넓히지 못한다는 겁니다. 젊은이들이 농촌에서 희망을 갖는다면 자연스레 농촌으로 들어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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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수출딸기영농조합은 수출하는 딸기포장에 한글과 태극기를 꼭 넣는다.
알찬수출딸기영농조합은 수출하는 딸기포장에 한글과 태극기를 꼭 넣는다.

매력적인 수출시장, 매향으로 점령한다
이병호 씨가 줄곧 매향을 고집해온 것은 매향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그는 대기업 제과업체로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확보하고, 딸기수출 시장에 눈을 돌렸다. 2002년부터 10년간 일본 수출을 했고 2009년부터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 우리 딸기 ‘매향’을 선보였다. 싱가포르, 홍콩은 도시국가로 국민소득은 높지만 농사를 짓지 않아 먹을거리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하여 우리농산물의 새로운 소비지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감지하고 움직인 것이다. 물론 현재 농산물 수출에 대한 항공 운송료를 지원받을 수 있어서 가격경쟁력면에서 매력이 있다. “싱가포르 시장의 90%를 진주 딸기가 점유하고 있고, 또 딸기 품질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400~500톤 정도. 올해는 6월말까지 연장재배를 해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농산물 수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09년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소비자의 요구나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아직 영농조합의 딸기 수출에만 힘쓰고 있지만, 조만간 우리나라 신선채소 시장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자리 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부푼다.
이병호 씨는‘매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우리 딸기를 동남아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도 우리 딸기 ‘매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 수출 권유가 계속되고 있다.
“품종 육종 하나가 이렇게 농민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육종은 농민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요. 정부가 우리 품종 만드는 일에 투자를 많이 해주길 바랍니다.”

이병호 씨는 다시 돌아온 농촌 삶에서 이전과는 다른 희망을 본다.
“내가 농사를 지어 농산물을 생산하고 많은 사람, 특히 외국인이 그것을 먹고 건강해진다는 것은 참 뿌듯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우리 딸기 아닙니까.”
지난 2월, 이병호 씨는 KBS ‘성공예감’이라는 프로에서 “뜬구름 잡는 CEO”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하지만 2011 봄. 그가 잡은 것은 뜬구름이 아니라 우리 농업의 희망이자 실현가능한 목표라는 확신을 온몸으로 보여주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