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다양한 경쟁 상대에 대응하라

– 공동 마케팅과 산지 조직화

최근 통계청은 2018년 농업소득이 1292만 원이라고 발표했다. 평균적인 농가가 일 년 동안 농사지어 월 100만 원 정도 번다는 뜻이다. 그나마도 2017년 대비 28.6% 증가한 금액이다. 월 100만 원은 요즘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는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다.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 원이 넘는다. 농업경영주가 농업노동자보다 적게 벌었다는 의미다.
  농업소득에 농산물 가공이나 농촌관광 등으로 얻는 농업외소득, 공적 보조금·사적보조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을 합한 농가의 평균소득은 4207만 원으로 도시근로자 소득의 65%에도 미치지 못한다. 본업인 농업에서 얻는 소득이 늘지 않으면 농촌은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나 농업소득은 2015년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2018년 농업소득 증가는 추세 전환이 아니라 일시적 회복으로 보인다. 30년 전 수준까지 하락한 쌀값에 놀란 정부가 시장격리 등 조치를 취한 결과이다. 그러나 이 특단의 조치는 쌀 수급 문제를 일시적으로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의 힘은 농업소득을 여전히 하향 압박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어떤 기준에서 보더라도 한국 농업은 어렵다. 농업인 스스로 열심히 일하고 정부도 열심히 봉사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농업은 왜 점점 더 어려워질까? 농업이 당면한 가장 근본적인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합당한 처방이 없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암담할 수밖에 없다.
  농업이 어려운 것은 근본적으로 경쟁 때문이다. 경제학 이론은 산업구조를 크게 완전경쟁, 독점적 경쟁, 과점, 독점시장으로 분류한다. 산업이 속한 시장의 경쟁 상태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가격 결정의 공정성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시장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완전경쟁시장은 생산자 누구도 이윤을 얻을 수 없다는 함의를 가진다. 이윤의 존재가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신속하게 전달되고, 누구나 아무런 제약 없이 시장에 진입해서 기술격차가 없는 동일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 가장 가까운 산업이 농업이다.
  농업은 수많은 생산자가 수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품질 차이가 거의 없는 상품을, 가격이나 수급 정보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팔기 위해 경쟁하는 산업이다. 농업은 본래 완전경쟁적이지만, 최근 시장의 변화는 한국농업을 더욱 극심한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농업소득의 추이를 보면 1995년과 2004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1995년은 농산물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된 WTO가 출범한 해이고, 2004년은 한-칠레 FTA가 체결된 해로, 뒤이어 체결된 수많은 FTA의 원년이다. 오늘날 우리 농산물시장은 거의 100% 개방 상태에 있다. 이는 한국 농민들이 전 세계의 가장 생산성이 높은 농민들과 직접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규모 자본과 월등한 정보력으로 무장한 대형 유통업체도 농업이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쟁 상대이다. 여기에 SNS와 인공지능으로 더욱 현명해지고 까다로워진 소비자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한국농업이 직면하고 있는 이런 경쟁의 대상과 본질을 이해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이 농업에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 마케팅은 상품 차별화를 통해 내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반복적 구매를 유도하고 가격을 결정할 힘을 준다. 농산물 마케팅은 농업이 직면한 극심한 경쟁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케팅은 높은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는 일이다. 정부나 국회가 제도나 정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농가 스스로 마케팅을 이해하고 경영의 전 과정에 마케팅의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규모나 전문성 측면에서 개별 농가가 하기 어렵다. 그래서 공동 마케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산지 조직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뉴질랜드의 키위, 미국의 선키스트 같은 세계적 브랜드 파워의 원천은 공동 마케팅에 있다. 공동 마케팅만이 4000만 원 남짓의 농가소득을 얻는, 우리나라의 대다수 농가들이 가야 할 길임을 이해해야 한다.

47-2※ 필자 양승룡: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농산물 유통 및 가격분석, 쌀 산업과 식량안보, 농산물 무역 등 농업·농촌 발전을 위한 주요 현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양승룡 교수의 희망농업 콘서트」(2016, 책넝쿨), 「농산물 유통의 길을 묻다」(2018,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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