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어린이집에서 초, 중, 고, 전공부, 교육기관으로 도서관까지 거쳤지만 풀무학교에 평생 있었고 지금도 그 언저리에서 무언가 하고 있다. 올해는 졸업생 3대째 노야와 영민이가 고등부에 들어와 기쁘다.
새내기 교사로 풀무에 왔을 때 “입시, 도시교육보다 인간, 농촌교육”, “평민을 위대하게”라는 말에 감동을 했다. 초기엔 정신적인 일이 대개 그렇듯 쉽지 않았다. 어느 날 함석헌 선생이 오셔서 “뭐이 좀 보이우?”라 물었는데, 설립자 선생은 고개만 저었다.
입시경쟁은 더 심해지고 농촌 인구는 썰물처럼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재정과 학생 수는 바닥을 쳤다. 그래도 “문을 닫아도 정신은 살지만, 정신을 잃을 일은 하지 말라”는 이기백 선생의 강한 말에 다시 마음을 추스를 무렵, 대안학교 바람이 불고, 뜻있는 학부모들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풀무학교가 대안학교의 모델이 되고, 비 온 뒤 대나무 순처럼 전국에 대안학교가 생겨나는 것에 두 번 놀랐다.
그 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교육에 주목하여 관행이 아닌 유기농업, 오리농업, 퍼머컬쳐, 보존농업 등을 학교에서 받아들여 농가에 전했다. 생태교육의 일관성을 위해서 어린이집에서 전공부까지 생태농업을 교육했다. 지역과 교육은 함께 가야 하며 지역을 만드는 기둥은 학교와 협동조합이다. 풀무학교 개교 다음 해 교실 귀퉁이에 학용품을 진열해 작은 조합을 시작했고, 시간이 흘러 졸업생이 사회인이 되어 물려받는 방식으로 소비, 생산, 신용, 가공, 도서, 뒤에 의료, 할머니조합이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한동안 그렇게 정신없이 지났다.
지금은 지역도 인터넷과 자연 에너지 기반 사회가 되면서, 다른 한편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모두가 불안하다. 그러나 이런 위기감이 없으면 성장과 불공정, 생태 파괴와 각자도생의 마취에서 어찌 인류가 깨어나랴? 지금이야말로 탈학교지역화교육으로 전환할 때다.
교육부터 학교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교사는 진로지도와 공동학습의 멘토가 되고, 학생은 또래 모임과 인터넷을 뒤져 학습활동을 한다. 학교는 생태마을이 되고1) 지역의 교육력을 적극 활용하며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기른다. 덴마크 직업학교에서 농업과목을 ‘대지에서 식탁으로’라 부르는 것처럼 농축임업에서 가공, 유통, 조합, 건강, 복지, 건축, 농기계, 에너지, 민박, 치유, 요리, 문화까지 지역 자립과 재생을 위한 모든 영역이 망라하는 교육으로 확장해야 한다.
지역이 학습과 기술의 그물망이 되어 농업을 교육하고, 인터넷, 사이버대학 등 다양한 학습활동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지역에는 학생과 취농 희망 젊은이의 체험과 학습이 가능한 풀무교육농장, 젊은협업농장 등 여러 농장과 학습단체가 생겼다. 이들 기관이 작은 면 단위 농촌에서 다양한 기술과 학습활동을 조직하고, 주민이 자율 공생하는 생태 지역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앞으로의 공동 과제다.
1)탈학교지역교육에서 학교의 교실 배치나 분위기는 획일적 관리형에서 자연에너지와 생태순환시설을 갖춘 생태마을 형태가 되어야 한다. 기숙사는 그룹홈이 되고, 교실은 도서실이 있는 어문교실, 생물 과학실험실이 달린 수리교실, 축사나 농토가 지역에 이어진 농업교실로 구분하고, 체육장은 숲으로, 체육, 문화시설은 주민과 공유하도록 50년 앞을 내다보는 조감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 필자 홍순명: 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교장. 현재 홍동밝맑도서관, 마을활력소 대표. 2001년 세워진 주민 풀뿌리 대안대학인 풀무전공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역 공동체 활성화에 이바지하였다. 저서로는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 「홍순명 선생님이 들려주는 풀무학교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