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신용호 선생 영면 20주기 추모 행사
1. 대산의 유산, 지속 가능한 농農을 위한 연대
2. [심포지엄] 농農의 가치 확산과 교육의 역할
3. [토크쇼] 지속 가능한 농農을 위한 협력과 연대
1주제
신자유주의 개방화 시대 30년,
농업·농촌·농민의 변화와 과제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양양로뎀농원 대표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농農은 어떤 역할을 했나
1990년대 무역자유화로 농업·농촌의 구조가 완전히 재편
위기의 농農, 현장과 정책의 깊은 괴리와 다원적 공익적 기능 상실
우리나라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우리 농업·농촌의 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무역 자유화입니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였고,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도 개방되었습니다. 2004년부터는 우리나라가 17개 FTA(자유무역협정) 협정을 맺었는데, 특히 한-미 FTA로 99.9% 농산물 시장을 개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농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습니다. 중농 이상만 되어도 외국인 인력을 써야 하는데, 농번기에는 일당 15만 원, 20만 원으로도 사람을 못 구합니다. 앞으로 농업이 첨단기술을 통해 기계화되고 규모화되면, 그렇지 못한 작은 농민은 어떻게 합니까? 스마트농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스마트농업에만 집중해 농업 정책이 모두 가버리면 안 됩니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수십 년 동안 논의하여 공감대를 형성한 개념입니다. 인류의 기본적인 먹거리 확보와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환경과 자연과 생태를 조화롭게 유지하고 보전할 수 있는 전 인류적, 전 지구적 처방을 내포합니다. 스마트농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농업을 추구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에 새로운 농업 문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은 작아 보일지 몰라도, 꼭 가야 할 길입니다. 공룡 같은 거대한 신자유주의 이념에 저항할 수 있는 작지만 위대한 날갯짓입니다.
2주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미래세대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인정, 세금 추가 부담 의지 국민 늘어
농촌에서 살지 않는 82%가 농정 결정
농업 교육 시기는 어릴수록 효과적
먼저 우리 농업·농촌에 관한 몇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농업·농촌에 관한 국민적 지지도가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인정하고 세금을 추가로 부담하는 것에 찬성하는 국민이 늘어났습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국민의식조사). 또한, 농업·농촌의 부가가치는 늘어나고, 농업 관련 종사자 수 역시 증가하고 있고(한국은행 산업연관표), 2022년 통계청 경제활동 인구 조사를 보면, 농촌 주민 중에 농림어업 종사자가 22.8%이고 40세 미만 청년세대의 5.4%가 농업에 종사합니다. 실제로 농촌은 다양한 직업군이 있는 다양한 산업 공간으로 재편되었습니다.
현재 농정은 95%의 농업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 82%의 농촌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농촌에 살지 않더라도,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농업과 농촌에 관한 교육이 중요합니다. 교육 시기는 어릴 때일수록 효과가 높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규교육에는 농업이 거의 없습니다. 농업을 가르칠 교사 양성 프로그램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등에서 교실 농업을 청소년 단계부터 강조하는 문해 교육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갤럽과 조사한 2022년 결과에 따르면 도시적 삶을 추구하는 청년은 62.3%, 농촌적 삶을 추구하는 청년은 약 14.7%였습니다. 청년들의 행복도는 도시보다 농촌이 약간 더 높고, 17.8%의 청년이 향후 농촌에 살고 싶어 했습니다. 이러한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농업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창업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활동가를 육성하여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게 하고, 농촌 활성화를 위해 활약할 청년에게 활동비를 지원하는 ‘농촌후계자’ 개념 도입도 필요합니다.
3주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연대
‘농農의 가치 확산’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도시 소비자와 농민의 사회적 연대 중요
농업의 중요성 회복하는 ‘재농화’ 필요
농촌은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살릴 불씨
지속 가능한 사회는 ‘현재 우리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세 가치 측면에 긍정적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 주도의 압축적인 근대화와 신자유주의적 경제 발전으로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산업 중심, 도시 중심의 경제 발전은 그 성과만큼 큰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동안의 발전 모델에서 벗어나서 개개인과 공동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농민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생명은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농업의 중요성을 회복하는 ‘재농화’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도시농업, 텃밭 등 도시 공간에서 농사를 일상화하고, 공동체지원농업(CSA), 로컬푸드형 사회적 시장 등 도농상생형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제안합니다.
농農의 가치 확산을 위해서는 도시 소비자와의 사회적 연대가 필요한데, 그 매개체는 먹거리입니다. 공공급식이나 공동체형 식당 등 기존에도 다양한 노력이 있었지만, 더욱 적극적인 식농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와 함께 1인 가구 증가, 탈가족주의 사회의 대안적 조직으로 ‘먹기의 공동체(Communal Dining)’를 제안합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단순히 먹거리를 소비하는 구매자가 아니라, 먹거리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갖고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실천하는 ‘먹거리 시민’을 양성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농업과 농촌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한국 사회의 발전이 끝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설적이지만, 한국 사회의 위기는 그동안 위기의 장소로 여겨졌던 농촌에서 농민이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것으로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종합토론
박은우 서울대 명예교수(좌장): 오늘 심포지엄 ‘농農의 가치 확산과 교육의 역할’은 대산 선생의 뜻으로 설립된 대산농촌재단이 30여 년간 꾸준히 노력해 온 농農의 가치 확산의 연장선에서 만들어낸 ‘지속 가능한 농農을 위한 연대’의 장場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조강연을 시작해서 세 분의 발표를 잘 들었습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저로서는 굉장히 새롭고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제 네 분의 현장 활동가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김현대 전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 정부에서도,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농업·농촌 정책은 오래전부터 변방으로 소외되었습니다. 농식품부 신임 사무관 중에서 평소 농업에 관심을 가졌던 이가 얼마나 될까요? 농업을 잘 모르는 정부 관리, 정치인, 언론인이 농업 정책을 이끌어가는 것이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전 국민이 사실상 도시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농촌에서도 농사를 지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기 힘듭니다. 도시 아이들처럼 아이돌 춤을 추면서 자라고, 학교 진학과 취업을 위해서 성인이 되기 전에 농촌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지만 마상진 박사의 발제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변화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제가 사는 제주 가시리마을에서도 30대 도시민이 정착해 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농민 없는 농촌을 걱정하셨는데, 농촌은 이미 농민만의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농사만 짓는 전업농은 농촌에서도 소수가 되었습니다. 농사만으로 생업을 꾸리기 어려운 상황은 이미 불가피한 현실이 되었고, 여기서 새로운 농촌 미래를 열어가는 긍정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태양 농산어촌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저는 30년 정도 교육 사업에 몸담고 있습니다. 여주에서 농촌 유학을 시작한 지 9년 차 되었고요. ‘밀머리농촌유학센터’에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58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면 단위 초등학교 학생 수의 절반입니다. 잠깐 왔다 가는 게 농업, 농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2022년까지 학부모 약 34%가 귀촌을 했어요.
마상진 박사님이 아이들이 자연과 만났을 때의 발전 가능성에 관한 연구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 역시 결국에는 농업·농촌이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방식에 있어서 면 단위 주민자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톱다운(하향식, Top Down) 정책으로 농업·농촌을 바꾸려고 했던 것은 이미 너무나 많은 실패 경험이 있고, 이제는 바텀업(상향식, Bottom Up) 방식에 국가적 차원의 동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정책 참여 기회와 실행하는 부분에서 실효성이 있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보고도 있어요.
앞으로 농촌 유학이 한국 사회에 더 건강하게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과연 어디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도 고민하고 논의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민철 협동조합젊은협업농장 이사: 농민, 농촌 주민이 힘들다는 것은 100년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 어쩌면 20년 뒤보다 나은 시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책을 세우고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농업과 농촌에 부채 의식을 지닌 마지막 세대가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단순히 농업은 중요하고, 농촌은 의미가 있다는 결론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듭니다. 이걸 어떻게 실체화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농업과 농촌을 항상 붙여서 사용하지만, 막상 구체화 되었을 때는 두 개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농업의 생존 가능성은 작을지 몰라도 농촌은 소멸할 가능성이 큽니다.
극단적인 도시화로 나타나는 문제는 도시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그 대안은 농촌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의 방식이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증명하고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서 농촌이 자리매김하고, 그 핵심 주체로 농민이 다시 등장해야 합니다. 생산성이나 경제성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을과 농촌의 생존 가능성을 동시에 고민하는 농민 또는 농촌 활동가를 육성해야 합니다.
이보은 마르쉐친구들 대표: 농정이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30년 동안 지체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농촌과 농민이 사라지는 그 시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자연과 먹거리에 관한 경험, 공동체를 위한 문화가 존재해야 하는 거죠.
저는 12년째 농부시장 마르쉐@을 열고 있는데, 시장에 참여하는 소농들의 삶에서 그 가능성을 보고 있거든요. 그들이 10년 이상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도시민과 연대한 덕분이에요. 농민은 시장을 통해서 도시와 만나고, 그것이 꾸러미로 발전하고, 연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고, 계약 재배를 하기도 해요. 이러한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작지만 자긍심 있는 삶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저한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시장을 열 공간을 찾는 일입니다. 시스템으로서의 시장이 아니라 공간으로서의 시장이고, 이 공유지를 우리가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대산 신용호 선생 영면 20주기 추모 행사
1. 대산의 유산, 지속 가능한 농農을 위한 연대
2. [심포지엄] 농農의 가치 확산과 교육의 역할
3. [토크쇼] 지속 가능한 농農을 위한 협력과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