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홍주 · 박주희 ㈜다란팜 대표
마당과 수풀 속에 자유롭게 지내는 닭들이 있다. 들판에 자란 야생 산초를 쪼아 먹기도 하고, 댓잎과뽕잎, 오디, 유기농 현미도 먹는다.
이 닭들은 나무 아래 흙더미에서 깃털을 비비기도 하고, 가끔은 흙도 쪼아 먹는다. 나무 아래, 연못, 그리고 주변이 모든 자연이 닭들의 놀이터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닭들을 키우며 지내는 농부 송홍주(61) 씨, 박주희(55) 씨 부부를 만났다.
자연의 섭리대로 사는 행복한 닭이 낳은 건강한 알
부부는 물 맑고 공기 좋은 담양에 5,000평 규모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축사가 네 동이 있고, 농장 주변에는 대나무와 뽕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6천 수의 산란계를 기르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일반 시설화된 양계장에서 10만 수의 닭을 키우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치였다.
“예전엔 공장식 양계는 없었어요. 그냥 하우스 하나 짓고 바닥에 닭을 풀어놓고 키우는 게 다였죠.”
양계장이 현대화되고 시설화 되면서 사람은 일하기 편해졌지만, 닭은 달걀을 생산해내는 기계가 되었다. 하지만 다란팜의 닭들은 건강한 먹이를 먹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누비며 건강한 삶을 누린다.
“닭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닭을 키워요. 닭들이 축사 안에만 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자유롭게 걷고,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지내고 싶겠죠.”
자연의 흐름에 따른 삶을 사는 다란팜의 닭들은 활기찼고 건강했다.
“아픈 닭들이 생기면 하우스 밖으로 옮겨 주죠. 그러면 신기하게도 금세 기력을 되찾아요.”
송홍주 씨의 설명이다. 면역력이 강한 다란팜의 닭은 폐사율도 낮다.
어떻게 하면 알을 하나라도 더 낳게 할까 고민하기보다, 닭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람과 상생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농장을 운영한 노력으로 부부는 지난 2005년 개인 농가 최초로 유기 축산인증을 받았고, 2012년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도 받았다.
유기 축산, 한길을 걷다
아버지가 양계장을 운영하는 걸 보고 자란 송홍주 씨. 그의 닭에 대한 애정은 학창 시절부터 유별났다.
“집에 있는 병아리가 정말 보고 싶은 거예요. 선생님께 아버지가 일하러 오라고 했다고 거짓말하고 조퇴해 집으로 간 적도 있어요.”
그는 1995년 귀농해 양계를 시작했다. 부부는 처음부터 ‘유기 사료’를 먹이며 ‘자연 방목’의 방식으로 닭을 키웠다.
“항생제, 방부제를 사료에 넣어서 닭에게 먹이는 걸 봤는데, 정말 닭고기, 달걀을 못 먹겠더라고요. 합성사료, GMO 사료가 뭔지도 모를 때였죠.”
하지만 지금의 농장으로 자리를 잡고 정착하기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지역 주민들의 ‘시끄럽다, 냄새난다’는 민원 때문에 2003년에는 농장을 옮겨야 했다. 땅을 사서 농장 자리를 알아보는 데 걸린 시간만 2년. 농장을 옮길 때마다 닭들은 스트레스 받아 죽고, 부부도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그 이후에도 4번이나 농장을 옮겼고, 지금의 농장에 정착하게 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기농 달걀에 대한 인식이 낮아 마땅한 판로가 없었다.
“두 배 비싼 유기농 사료 먹여서 키워 달걀을 파는데, 유기 인증 마크도 못 붙이고, 일반 달걀로 팔았어요.”
생산하는 달걀을 유기인증으로 모두 판매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쉽지 않은 길을 고집스럽게 이어온 이유는 아주 단순명료했다.
“유기농이 그만큼 가치 있는 거니까요.”
자신들의 철학을 믿고, 지난 20여년 동안 닭을 키워온 부부는 이제 유기농업과 유기축산을 동시에 실천하는 농가로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소비자들이 알아보는 ‘유기농’ 달걀
현재 다란팜에서는 자연 방사 유기 유정란을 하루 평균 4,000개를 생산한다. 생산은 송 씨가 맡고, 유통과 판매는 박 씨가 맡았다. 부부의 달걀은 1알에 800원. 일반 달걀보다 2~3배 비싼 가격이지만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유기농 달걀의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판로도 생기고, 판매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매주 서울과 대구 지역으로 각각 한 번씩 납품해요. 100여 군데 넘는 거래처에 골고루 소량 판매하고 있죠.”
건강한 닭이 낳은 건강한 달걀이 도시 소비자들에게 오롯이 전달되고 있다. 그렇게 행복한 자연의 에너지를 도시 소비자와 나누고있다.
유기농의 가치를 지키며 만들어가는 미래
축사 옆의 텃밭으로 향했다. 가치와 파, 배추 등이 자라고 있었다. 부부는 1,000평의 유기농 벼농사도 짓는다. 닭의 배설물은 비료로 사용한다. 이곳에서 자란 먹거리는 가족이 먹고, 또 닭들이 먹는다.
“달걀을 생산해서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축산 관광, 체험농장으로 발전시키려고요.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보고, 배우고, 느끼면서 유기 축산을 알아갈 수 있도록요.”
닭에게 모이를 주고, 곳곳에 숨어 있는 달걀을 걷는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도예 · 염색 체험을 할
수 있는 복합적인 문화 공간이 부부가 꿈꾸는 최종 목적지다.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농부가 사라졌다>라는 가상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그 방송에서 송홍주씨는 ‘사라지지 않는 농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왜 그는 사라지지 않는 농부였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철학을 지키며 사는 농부 송홍주 씨, 박주희 씨의 행복한 삶을 응원한다.
글 · 사진 / 김미연